새해.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잠든 큰애를 옮겨 눕힌 방 안. 토닥여 재운 둘째의 날카로운 손톱을 자르고 있던 중 새해 알람이 진동했다. 남편은 거실에서 보신각종 울리는 걸 보고 있었는지 "아직 안 잤어?"라며 방으로 들어오다. "쉿!" 대꾸도 안 해주고 계속 아기 발.. 나/현재를 찍다 2017.01.01
가을이다. 늦봄에 아이를 낳고 정신을 차려보니 가을이다. 가끔 애들을 보다가 깜짝 깜짝 놀란다. 내가 아들 둘의 엄마라니... 이제는 어딜 돌아갈수도 없고 돌아가서도 안되고 돌아가기도 싫다. 모든 계획이 아이들 생애주기에 맞춰 착착 세워지고 있다. 양 옆 가린 경주마처럼 달려가야지 .. 나/현재를 찍다 2016.11.14
전환. 최근 재정 포트폴리오를 다시 세우고 긴축 모드에 돌입했다. 아끼기 시작했다. 버스비도 아끼고 커피도 안 사먹는다. 꼭 필요한지 세 번 고민하다보면 대부분은 구매하지 않는다로 결론이 난다. 평일 낮에 거동이 가능하니 도서관을 이용하며 책값도 절약한다. 육아휴직 중에 초.. 나/현재를 찍다 2016.10.27
찌부. 하루에 2시간 미만 간격으로 평균 13번에서 14번 수유를 한다. 어제는 새벽 1시, 3시, 5시, 7시에 깬 둘째, 2시, 4시에 깬 첫째. ㅜㅜ 숙면은 언제 해봤던가. 아침마다 어질어질. 그나마 정신 드는 오후 틈틈이 부지런히 움직이며 할 일 목록에서 다섯 가지를 지운다. 밤. 간신히 작은 애.. 나/현재를 찍다 2016.10.05
바지회 머리핀. 어린이집에서 하는 바자회 장터, 터닝메카드 지갑에 그간 받은 용돈 담아 둘러메고 가더니 '엄마 선물'을 사왔다. 사진 찍는다 하니 "엄마가 좋아하는 파란 색이랑 같이 찍어~" 라며 블럭을 놓아주다. 오후에 담임 선생님과 식단 관계로 주고 받은 문자 중 일부 발췌. " .. 나/현재를 찍다 2016.09.25
서울이 3개월 - 정이 들다. 열심히 하고 있는데 아직 가시적인 성과는 없다. 집도 가족도 함께 지내다 보면 정이 들기 마련이다. 변화란 낯설어 두렵지만 서서히 익숙함으로 대체될 것이다. 서울이가 한참 울 때 람이가 으쓱 하며 손가락으로 아기를 가리킨다. 그러면 나도 으쓱 하고 서울이를 가리킨다. 눈.. 나/현재를 찍다 2016.08.26
하얀 티셔츠. 새벽 1시, 3시, 5시에 깨어 아기를 챙기고, 산후 말랑말랑해진 멘탈이 뜬눈으로 밤을 세우다. 해가 뜬 방 안에 똑같은 디자인에 사이즈만 다른 하얀 티셔츠를 입은 세 남자가 각자 다른 타이밍에 꿈틀 뒤척 거리며 자고 있다. 그래, 너희만 건강하고 평안하면 나야 뭐- 나/현재를 찍다 2016.08.02
분당서울대 특실. 제왕절개 4박. 분당서울대학교 병원 특실을 검색해볼 때 정보가 너무 없었기에 기록한다. 이 년 전에 아파서 두 번 연속 입원했을 때, 첫 입원은 옆 침상 사람과 많이 불편했다. 그래서 중간에 1인실로 옮기고, 두번째 입원은 아예 처음부터 1인실로 잡았다. 특히 개복수술 직후에는 옷 입고 벗기.. 나/현재를 찍다 2016.06.11
서울이 탄생 10일. 서울이 탄생 열흘간 람이는 면회를 다섯 번 왔다. 매번 쿨하게 잘 헤어지고, 엄마 아빠랑 같이 자지 않아도 괜찮다며 할머니랑 집에서 잘 지내주어 기특하고도 시원섭섭한 묘한 기분이 있었더랬다. 그러던 아이가 오늘은 헤어지기 전에 눈물을 보이더니 그 뒤로 내내 엄마랑 같이 .. 나/현재를 찍다 2016.06.04
마지막 출근. :) 이 날이 오고야 말았다. 산휴 들어가기 전까지 하겠다 공언했던 일들 다 처리하고 인수인계도 훌륭한 분들께 다 했다. 심지어 마지막 출근일마저 조금 일찍 와서 git에 코드 업뎃도 했다-_- 다 자기욕심. 내 만족. 좀 더 깔끔하게 마무리짓고 싶은 마음. 거의 십년째 보유하던 자산도.. 나/현재를 찍다 2016.05.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