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현재를 찍다

서울이 탄생 10일.

LEEHK 2016. 6. 4. 22:39

서울이 탄생 열흘간 람이는 면회를 다섯 번 왔다. 매번 쿨하게 잘 헤어지고, 엄마 아빠랑 같이 자지 않아도 괜찮다며 할머니랑 집에서 잘 지내주어 기특하고도 시원섭섭한 묘한 기분이 있었더랬다. 그러던 아이가 오늘은 헤어지기 전에 눈물을 보이더니 그 뒤로 내내 엄마랑 같이 있고 싶다며 울먹거렸다. 아이를 달래주려 끌어안고 있으니 같이 눈물이 나왔다. 서로 눈물 닦아주고 뽀뽀하고 대화하며 보듬다가도 수유콜에 벌떡 일어나 "서울이 젖주고 올게~~" 라며 달려가면서, 아이 둘의 엄마가 되었음을 실감했다.

서울이는 젖을 문 지 십여분 만에 잠들고, 평소 같으면 발바닥도 간지럽히고 말을 걸며 어떻게든 깨워서 더 먹이려 했겠지만, 얼른 람이 보러 가려고 "첫째가 기다리고 있어서요!" 라며 신생아실 선생님들에 아기를 급히 인계하고 면회실로 뛰어내려갔다.

 

 

산후조리원를 고를 때도, 병원 1인실에 자리가 없어 어쩔 수 없이 특실에 입원하면서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첫째의 면회 공간 및 아이 활동의 자유도였다.

특실은 방음이 잘 되고, 면회시간 제약이 없고, 공간이 넓어 아이가 늦게까지 뛰어놀고 소리지르며-_-; 함께할 수 있었다. 병실에 양가 어른 일곱 분이 앉아계셔도 공간에 여유가 있어 소파와 의자를 타넘으며 잘 먹고 신나게 지내다 갔다. 큰 대학병원이라 지하에 우유 성분 없는 아이스크림을 파는 프렌차이즈가 들어와 있어 올 때마다 양가 어른들이 사 주시는 콘에 들은 아이스크림을 할짝거리며 줄거워 했다.

산후조리원은 작은 강당 같은 면회실 공간에 아이 용 승용자동차와 아동용 도서가 갖춰져 있고, 너른 마당이 옆에 있는 전통찻집까지 이어져 아이는 마치 키즈카페처럼 신나게 뛰어놀았다. 전통찻집에서는 요즘 보기 드물게 우유를 넣지 않은 얼음으로 빙수를 만든다고 하여 올 때마다 팥빙수를 먹으며 주전부리로 나오는 한과와 절편을 즐겁게 집어 먹었다.

 

 

다섯 번의 면회 내내 신나게 헤어지던 아이가 열흘만에 울었다. 자꾸 눈물이 난다며 엄마 아빠랑 조리원에서 같이 자고 싶다고 했다. 아이는 엄마가 아기를 낳아 아프니, 치료 받는 병원에 와 있다고 알고 있다. 그래서 꾹 참다가 터진건가 싶어 마음이 찡했다. 수시로 람이 생각이 날 때마다 내가 왜 조리원에 들어온건가, 괜히 온건가, 집에 갈까 번민하곤 했는데, 아이가 눈물 글썽이며 안기니 마음이 착잡했다.

 

 

결국, 오늘은 아빠라도;; 같이 자겠다 하여. 열흘만에 아빠가 집으로 갔다. 아빠랑 밥 먹고, 목욕하고, 놀이하고, 많이 안기고 마음 풀었으면 좋겠다. 차로 집에 가는 길, 카시트에서 아이는 엄마가 보고 싶다며 많이 울다가 잠들었는데, 울면서 말하길 "배고플 때보다 혼났을 때보다 더 슬퍼." 라고 했단다.

 

 

그간 너무나 쿨하게 헤어지는 아이를 보며, 고맙고 다행이면서도 더이상 엄마의 자리는 절실하지 않은건가 시원섭섭했었는데, 아이는 아이였다. 이제 일곱날 남아, 그나마 밤에 통잠 잘 수 있는 시간도 얼마 안 남았지만, 그래도 빨리 시간이 지나가 집에 가서 람이와 서울이와 함께 지내고 싶다. 서울이가 황달 수치도 있어 매일 오는 소아과 회진 도움도 받고, 람이 신생아 때 제대염으로 항생제 먹이던 기억도 있고, 이번에는 유선염으로 고생하는 일이 없도록 울혈 관리도 제대로 받고, 수술 후 몸 회복도 해야 하기에 조리원에 온 게 잘 한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얼른 집에 가서 우리 아들 꼭 끌어안고 같이 자고 싶다. 서울이 밤중수유 해야하니 -_- 그럴 수 있을 지 모르겠지만...

' > 현재를 찍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하얀 티셔츠.   (0) 2016.08.02
분당서울대 특실. 제왕절개 4박.   (0) 2016.06.11
마지막 출근. :)  (0) 2016.05.20
열심히 열심히.   (0) 2016.05.13
좋은 시절 끝났다.   (0) 2016.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