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현재를 찍다

분당서울대 특실. 제왕절개 4박.

LEEHK 2016. 6. 11. 19:33

 

 

 

 

 

 

 

분당서울대학교 병원 특실을 검색해볼 때 정보가 너무 없었기에 기록한다.

 

이 년 전에 아파서 두 번 연속 입원했을 때, 첫 입원은 옆 침상 사람과 많이 불편했다. 그래서 중간에 1인실로 옮기고, 두번째 입원은 아예 처음부터 1인실로 잡았다. 특히 개복수술 직후에는 옷 입고 벗기도 어렵고, 화장실도 어렵고 잠도 어려워서 1인실이 아니면 정말 더 견디기 힘들었을거다. 이번 둘째 출산은 제왕절개이기 때문에, 1인실을 하고 싶었는데 병실 별로 금액 차이가 커서 한두달 전부터 고민하고 있었다.

2인실은 5인실보다 공간이 좁고, 심지어 산부인과 병동에는 1인실이 딱 하나 뿐이라고 했다. 만약 1인실이 꽉 차면 5인실을 골라야 하나, 아니면 특실을 가야 하나 으아- 하며 고민하던 참에 아직 결정도 못 했는데, 응급 수술로 둘째가 예정일보다 4주 먼저 나와버렸다. 자정 넘어 응급으로 들어간 분만장에서 태동검사기를 끼고, 자궁수축방지제를 링겔로 맞으며 어리버리할 때, 새벽 응급실 원무과로 입원 수속하러 간 신랑이 1인실이 없다니 그냥 특실을 잡아버렸다. 그나마 특실 중 제일 저렴한 방;;

 

 

 

특실은 일단 넓고, 간호사들이 무척 친절하다. 산모패드, 거즈, 산후복대 등 모든 소모품을 간호사가 필요할 때마다 교체해준다. -_-; 그리고 수술 후 옷을 갈아입혀주거나, 닦아주거나 하는 걸 신랑분은 밖에 나가 있으라고 하고 정성껏 살펴주셨다. 일반 병동에서도 이렇게 일일히 닦아주시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특실 서비스인가 싶었지만 왠지 물어볼 수는 없었다;;; 잡고 운동하는 바퀴 달린 기구도, 휠체어도 방에 가져다주고, 심지어 식단도 알아봐줬다. 청소도 여러 분이 들어와서 순식간에 해주고 가셨다. 밥 먹은 뒤 식판도 가지러 온다;; 가장 좋았던 건 침구를 넉넉히 제공해주는 것이었다. 새벽에 급히 가느라 못 챙겼던 보호자 침구가 비치되어 있어서 다행이었다. 환자 침구로 오리털 이불 및 차렵이불 등 3종과 크고 푹신한 베개 두 개를 받았는데, 수술 후 통증으로 거동이 불편해 자세를 바꾸거나 등과 허리를 받칠 때 매우 유용했다. 침구에 오염이 생기면 즉시 새로 갈아주어서 쾌적했다. 아베다 어메니티와 슬리퍼도 비치되어 있었고, 별도의 작은 방에 정수기와 전자레인지, 싱크대 등이 있었고, 전용 금고도 있었다. 요약하자면 의료 서비스를 주는 호텔 같았다. ^^ 창 밖으로 산과 나무와 하늘이 보여서 누워만 있는 상태에서 그나마 기분 전환이 되었다. 아이가 방에서 여기저기 놀고 뛰어다니고, 어른들이 오셨을 때도 널찍하게 여유있게 앉아계셔서 다행이었다.

 

 

단점이라면 산부인과 병동과 멀어서, 회진을 거의 못 받았고 -_-; 신생아실로 면회하거나 수유하러 갈 때 꽤나 시간이 걸렸다. 첫 아이를 자연분만 했을 때는 낳은 지 두세시간 만에 모자동실하며 아이를 안아보고 까만 태변이 나오는 것도 보았다. 하지만 특실은 모자동실 불가하기 때문에, 둘째는 수술대 위에서 잠깐 보고 3일 간 만나지 못했다. 신랑과 가족들은 면회시간에 유리창 너머로만 아기를 볼 수 있었고, 나 또한 수술 후 3일차 첫 수유 시도할 때 아기를 볼 수 있었다. 수술 부위 소독하고 드레싱 받기 위해 산넘고 물건너 산부인과 병동에 갔을 때는 처치실에서 30분 넘게 방치 당했다. 여러 번 재촉해서야 간신히 등장한 의사는 불친절했다. 특실의 친절한 호텔식 서비스에 익숙해져서 더 그렇게 느낀 건지도 모르지만, 일반 병동은 나쁜 의미로 대학 병원다웠다.

바퀴 달린 기구를 잡고 운동하기에는 바닥의 카페트가 너무 울퉁불퉁해서 어려웠다. VIP전용 이라고 써있고 사람이 한 명도 없고 늘 비어있던 대리석 깔린 휴게실에서나 조금 걸었다. 혈관을 조금 더 잘 잡아줬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찌를 곳이 부족해보이면 아예 주사실로 보내주던가. -_- 양팔에 7번 찔려 3번 성공했다. 8번째 찔려서 혈관이 또 터졌을 때 폭발해서 링겔이고 무통이고 안 맞는다고 빼버렸다. 조리원에 가서도 팔은 내내 멍투성이였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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