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재정 포트폴리오를 다시 세우고 긴축 모드에 돌입했다. 아끼기 시작했다. 버스비도 아끼고 커피도 안 사먹는다. 꼭 필요한지 세 번 고민하다보면 대부분은 구매하지 않는다로 결론이 난다. 평일 낮에 거동이 가능하니 도서관을 이용하며 책값도 절약한다.
육아휴직 중에 초췌한 몰골로 오후의 동네에 나가면 대학생들이 손에 테이크아웃 음료 잔을 하나씩 들고 가는 걸 볼 수 있다. 간식이든 마실거리든 손에 쥐고 있는 게 공통적인 모습이었다.
며칠 전 브런치 값을 아껴 집을 사라고 했던 어떤 호주 아저씨처럼, 그게 참 아까웠다. 대학 학비 생활비 용돈 대주는 부모 마음에 빙의하여, 괜히 서글펐다. 기간과 목표 자금을 세우니, 달성을 위해 달려가는 추진력으로 소액에 과하게 민감해진 상태다. 하루에 이삼천원 아껴서 한 달 두 달 일 년 모아 몇십만원 모아봤자 집값에 하등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 알면서도 그런 내가 참 쓸데없고 처량맞다 생각했다.
가계부를 다년간 기록했었다. 모든 소비에는 이유가 있다. 가계부로 카테고리별 소비의 규모는 파악할 수 있었지만, 줄일 수는 없었다. 당연하다 생각하는 걸 쓰지 않아야 돈이 모인다. '덜 쓰느니 더 벌겠다.' 가 평소 경제관념이었지만, 월급 못 받는 육아휴직 기간에는 달라진 소득에 맞춰 '안쓴다!'로 전략을 수정했다. "그냥 사 ㅜㅜ" 라고 신랑이 안타까워 할 정도로;; 한푼 두푼 아끼니 다행히 생활비 예산이 남는다.
그래서 참 오랜만에 카페에 앉았다. 동생이 며칠 전 보내준 아메리 기프티콘이 아니었으면 도서관에서 물 마시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
너무 밀착해 있다보면 중요한 걸 놓칠 때가 있다. 끊어줘야 한다. 수유 텀 딱 두 시간 동안 버스 두 정거장 거리를 걷고, 카페에 앉아 책도 한 권 속독했다. 수첩에 왜 이렇게 마음이 가라앉았나 끄적이고 중요한 것과 하찮은 것을 나누어 적었다.
한결 좋아진 마음으로 집으로 복귀하며, '겨우 몇 천원에 이렇게 마음 관리 효과가 좋은데!' 라고 생각하다. 내 목표와 노력을 기준삼아 타인의 소비에 대해 함부로 왈가왈부 하면 안 된다. 마래를 위해 현재를 아끼느니, 현재를 지탱하기 위해 소비하는 것이 더 현명할 수도 있다. 오늘이 있어야 내일이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