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 1558

여름휴가 - 쏠비치양양

운 좋게 휴양지 당첨이 4박이나 되어 부모님을 모시고 여름휴가를 다녀왔다. 쏠비치양양 실버 빨라시오. 작년에 묵었던 방과 같은 라인인데 층수만 달랐다. 바다수영 후 바로 씻으러 갈 수 있는 구조라 4일간 매일 편하게 물놀이를 했다. 수영복과 구명조끼를 말릴 수 있는 테라스도 좋다. 설악케이블카를 타고 권금성도 올랐다가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낙산사도 걸었다. 아이가 한산을 또 보고 싶어해 할아버지와 둘이 선셋 시네마도 다녀왔다. 할아버지가 손주의 보호자가 되어주십사 보냈는데 손주는 할아버지의 보호자인양 이리저리 챙기더니 여행 내내 둘이 좋은 친구처럼 붙어 다녔다. 딸이자 엄마로서 그 장면들이 참으로 뿌듯했다. 짐이 많아 망설이다가 노트북을 들고 갔는데 다행히 장애 대응할 일 없었고, 회사 연락도 많지 않았..

디지털 피아노 구입 - 코르그 korg lp380u

어릴 적부터 노래와 민요 부르는 걸 즐겨하던 아이는 학년이 올라가며 나오는 음악 이론 수업을 낯설어 했다. 혼자 리코더 수행평가 연습을 하며 어려움을 느끼고 음악을 싫어하기로 결정한 것 같았다. 어릴 적부터 피아노 친 친구들은 악보도 잘 읽는데 그에 반해 본인은 잘 할 줄 모르는 것에 불편해 했다. 편하지 않은 것을 싫어하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겠지. 어릴 때 부족한 경험 때문에 음악이라는 커다란 인생의 친구와 멀어지지 않았으면 했다. 올해 초 코로나를 겪고 나서, 학원들을 다시 보내며 변화를 불편해 하는 아이를 설득해 피아노 수업을 보냈다. 형아 하는 것은 다 따라하는 둘째와 함께 반 년을 다니더니 집에도 피아노가 있었으면 한다고 했다. 아이패드 피아노 앱으로 치면 어떻냐 했더니 양손으로 치기에 건반이 ..

국기원 승품 심사

코로나 때문에 2년 넘게 재택근무에 집에만 있었다. 아이도 학교에 거의 안 가고, 학원은 아예 중단했다. 변화를 달가워하지 않는 성향을 가진 아이는 올해들어 다시 태권도를 시작하며 불편해 했다. 달래고 윽박지르고 다시 보내며 걱정했지만, 늘 그렇듯이 아이는 다시 잘 적응해주었다. 큰 체육관, 천장이 한없이 높은 공간에서 압박감이 있을터라 실수를 할 법도 한데, 침착하게 준비한 것들을 다 해냈다. 연습 때보다 80% 밖에 못 했다며 아쉬워하는 아이에게 칭찬을 폭풍처럼 쏟았고, 아이도 성취감을 느낀듯 하다. 3일 뒤에도 심사 받던 장면이 생각 난단다. 본인도 도복을 입고 형아 응원하러 가고 싶다는 거 띠만 매기로 합의 본 둘째도 내년에는 승품 심사를 가겠지. 1품은 대략 그 정도 나이대 애들이 많더라. 내 ..

놀금과 소비재

이래저래 논란 속에 도입된 놀금. 첫 달은 두 번 다 일을 했다. 평일에 휴가를 내야 하는 일정이 있었고 그 달 안에 끝내야 하는 일이 있었다. 주말근무 했을 상황을 놀금 근무로 막았으니 다행이랄까. 놀금에 혼자 일을 하니 아무도 나한테 말을 걸지 않고 회의도 없어 집중이 잘 되고 진도도 쭉 쭉 빠져서 정말 좋았다. 토요일에 혼자 출근하며 느끼던 차분함이 겹치며 놀금 근무에 거부감은 없었으나, 동료들에게 부담을 주는 것 같아 8월 첫 놀금은 쉬었다. 아이의 방학이다. 자율을 주면 방치하는 것 같고, 관리를 해주자니 가혹한 것 같고, 재택근무라 해도 얼굴도 제대로 못 보니 늘 미안한 부채 의식을 치워버리고 싶었다. 신랑과 직장 동료들에게 추천 받은 남돌비, 영화 한산, 명당이라는 H열에서 거북선의 해상 전..

나는 커서 내가 됐다.

웹서핑 중에 유머 글로, 너는 커서 뭐든지 될 수 있어 하는 말에 이모는 커서 뭐가 됐어? 라는 답이 돌아왔다는 조카 크레파스 글을 보고 웃다가 나도 클 만큼 컸는데, 커서 뭐가 됐나 생각해봤다. 직장인. 엄마. 아내. ... 삼십대 초반에 동창 친구 하나가 술마시다 “중학교 때의 너는 나중에 커서 대단한 사람이 될 것 같았어. 근데 대학 가서 졸업하고 회사 다니고 결혼하고 아기낳고 살고 있구나. 생각보다 평범한 인생을 살고 있는 것 같아.” 라고 이야기한 적이 있다. 중학교 때 내가 그 친구에게는 그렇게 보였구나 재미있으면서, 평범하게 사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데 라는 위화감이 동시에 들었었다. 어디선가 송곳같이 뛰어나가고 싶어도, 일상을 지키기 위해 쏟아붓는 인내와 노력의 양이 만만치 않다. 자라서 ..

유품

재택근무를 위해 옷방을 치우고 근무 공간을 만들어두었다. 모니터 받침대 위, 큰애와 작은애가 만들어 선물한 물건과 편지 옆에 보라색 리본이 달린 작은 종이 상자가 있다. 언젠가, 일산에 갔는데 어머니께서 조용히 안방으로 부르셔서는 손에 쥐어주셨다. 그 즈음에 무엇인가를 선물해 드렸었다. 니가 해 준 것들이 고마워서 너만 특별히 주는 거라고, 종로에 다니시다가 생각이 나서 사셨다고 주셨다. 작은 큐빅 이십여개가 꽃 모양으로 세공되어 있는 로즈골드 링 귀걸이었다. 당시 어린 아들과 내 귀의 안전을 위해 귀걸이는 못 하고 있던 시기라 곱게 넣어두었다가, 어머니 돌아가신 뒤 서랍 정리를 하다가 다시 찾았다. 애들이 커서 내 귀를 잡아당기지 않기 때문에 귀걸이를 해도 되지만, 이제는 혹시나 귀걸이가 망가질까봐 잠..

플레이샵

코로나로 2020년 초반 재택에 들어간 뒤로 회식 워크샵 없이, 점심도 같이 안 먹던 시간들을 지나, 2년 반 만에 플레이샵을 빌미로 차도 마시고 식사도 하고 술도 마시고 정성으로 준비해 준 레크레이션 퀴즈프로그램도 즐기고 볼링도 치고, 원데이 클래스 꽃 체험을 하고 소수인 여자 동료들에게는 사비로 미니 꽃다발 선물도 했다 오랜만에 차 없이 판교역까지 가다보니 굽이굽이 온 동네를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 당황도 했지만 화상으로만 만나던 친구들과 오프라인으로 첫 만남도 가지고 가깝던 사람들과 오랜만에 대화도 나누다보니 늘 이렇게 살았던 것처럼 익숙하고 편안했다. 앞으로도 계속 재택 근무를 하고 회사는 잘 나가지 않을 것이지만... 상황에 따라 종종 회식도 하고 워크샵도 할 수 있겠다. 정말 이제 사회적인 일상..

오히려 좋아.

미래는 예측 불가능하기 때문에 현재의 상황이 앞으로도 지속 가능하다는 보장이 없다. 이득을 더 얻기 위해 혹은 충동으로 변화를 꾀하는 것보다 못 견디겠는 것이 아니라면 지속하는 것에 더 큰 의미를 둔다. 이러한 생각들은 구불구불한 길을 돌아봤을 때 많은 것들을 이뤘기 때문인지도. 결과론적으로 나는 지금 괜찮으니. 머무르고 지속했던 선택들을 합리화하고 있는지도 모르지만. 순간 순간 최악이라 생각했던 것들도 놓지 않고 버티다보면, ‘오히려 좋은’ 상황을 만나게 된다. 크고 작은 돌부리들에 멈칫하고 넘어졌기 때문에 태풍을 피하고, 지름길과 오솔길을 발견할 수 있었으리라. 더 잘하려, 더 열심히 하지 않아도 된다. 할 수 있는 것들을 할 수 있는 만큼 한다. 작은 즐거움과 보람에 집중해서 기쁨을 찾는다 예상대로..

람이 12세 - 학원 다니는 게 낫겠어.

입시와 학원의 세계에 넣기 싫어 질질 끌어왔다. 본인도 공부하는 학원은 가기 싫다 했고, 코로나 팬데믹에 겹쳐, 수학 영어는 지금껏 집에서 했다. EBS 인강 듣고, 문제집 풀고 어찌저찌 5학년까지 도달했다. 신랑과 나는 점점 더 나이 들고, 안팎으로 업무가 많아진다. 종일 회의를 하기에 퇴근 후에는 뇌와 입이 쉬고 싶어한다. 채점하고 틀린 문제 봐주고 집중했나 확인하는 것들을 지속할 기력이 없다. 주말에는 그저 같이 놀고 쉬고 싶다. 책장이 꽉 차서, 주변에 쌓아둘 정도로 좋아하는 책도 많고 전자기기로 이래저래 놀 수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된 우리 어린이가 드디어 선언을 하셨다. 본인의 방에는 본인을 유혹하는 것들이 많다며, “엄마. 이제 학원 다니는 게 낫겠어.” 사실 신랑도 나도 이제 슬슬 gg를 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