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에게는 절대 김밥만을 요구하던 아이가,
아빠 출장으로 엄마가 만들어야 한다고 하니 김밥을 포기했다.
정말 잘 만들어주고 싶어서
몇 주 전부터 메뉴를 고민하고 장을 보고
전날에 재료 다듬고 초벌 구이 하고 예약취사 걸었다.
새벽 다섯 시부터 한 시간 반 동안 만들고
7시에 아이들 깨워 등원 등교 시키고 체력이 고갈됐다.
두통에 어지러워서 잠시 눈을 붙이느라 오프도 냈다.
3년 만의 현장학습 준비을 잘 해주고 싶었다.
김밥은 못 싸줘도 도시락을 부족함 없이 챙겨주고 싶었다.
긴장하고 집중해서 어깨가 아팠다.
지나고 나니 뭘 그렇게까지 곤두서 있었나 싶다.
다시 하면 그렇게까지 힘들지는 않을 것 같다.
뭐든 처음이 힘들다.
지난 주말 사건도, 그 후의 여파 역시
비슷한 종류를 겪어본 적 있기에 침착했다.
지나고 보면 조금 더 객관적으로 보게 된다.
내 힘으로 바꿀 수 없는 일에 심력을 쏟을 필요 없다.
할 수 있는 일들에만 집중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