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정기검진으로 집을 나서는데 아이가 후다닥 따라온다.
엄마랑 같이 가겠다고 평소보다 20분이나 일찍 길을 나서다.
엘레베이터 안에서 아이가 말한다.
“엄마랑 조금이라도 더 같이 있고 싶어 빨리 나온거야.”
눈이 제법 내리고 길에도 많이 쌓였다.
모자 쓰고 뛰어갈거라며 우산을 안 챙긴 아이에게
“엄마가 학교까지 우산 씌워줄까?
혹시 엄마랑 같이 가면 부끄럽나?”
하고 물었더니,
되려 엄마 병원 시간 괜찮냐 물으며 우산 안으로 들어온다.
싸락눈이 머리 위 우산에 부딪치며 토도도독 소리가 난다.
신호를 기다리며 아이가 머리를 슬쩍 기대며 웃는다.
안고 싶은데, 보는 눈이 많으니 여기까지만 한다는 의미다.
미끄러질까 하얀 길을 조심조심 걸으며 손이 움찔거린다.
눈을 만지고 싶은 아기와 귀찮은 게 싫은 어린이가 공존한다.
교문 안으로 들어가는 것은 거부하길래 바라보고 있으니
세 걸음마다 뒤돌아보며 손을 흔든다.
대여섯번 손을 흔들고나서야, 아이가 시야에서 사라진다.
이렇게 엄마를 사랑해주는 모습이 언제까지 갈 지 모르지만
아이의 사랑으로 충만한 행복을, 잊기 전에 기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