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서핑 중에 유머 글로,
너는 커서 뭐든지 될 수 있어 하는 말에
이모는 커서 뭐가 됐어? 라는 답이 돌아왔다는
조카 크레파스 글을 보고 웃다가
나도 클 만큼 컸는데, 커서 뭐가 됐나 생각해봤다.
직장인. 엄마. 아내. ...
삼십대 초반에 동창 친구 하나가 술마시다
“중학교 때의 너는 나중에 커서 대단한 사람이 될 것 같았어. 근데 대학 가서 졸업하고 회사 다니고 결혼하고 아기낳고 살고 있구나. 생각보다 평범한 인생을 살고 있는 것 같아.”
라고 이야기한 적이 있다.
중학교 때 내가 그 친구에게는 그렇게 보였구나 재미있으면서,
평범하게 사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데 라는 위화감이 동시에 들었었다.
어디선가 송곳같이 뛰어나가고 싶어도, 일상을 지키기 위해 쏟아붓는 인내와 노력의 양이 만만치 않다.
자라서 내가 된 것.
이래저래 자기 몫은 하고 있는 곧 20년차 직장인,
아들 둘의 애정 많고 무서운 엄마,
주도적이고 대화가 잘 통하는 아내,
의지할 수 있는 든든한 딸, 며느리, 누나, 시누.
아이들과 신랑을 재우고
새로 받은 맥북 M1 pro 마이그레이션 후 세팅을 마저 하고
소파에서 선풍기를 쐬며, 무협소설 연재분을 읽다가
마음을 두드리는 문장을 만났다.
“나는 고작 나답게 살기 위해 얼마나 먼 길을 돌아왔나?”
나는 커서 “내”가 됐다.
아직 부족함이 있지만,
많은 길을 돌아왔고, 가야할 길도 구만리이지만,
그래도 어릴 적 보다는 상당히 많이, ‘나답게’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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