람이 435

람이 12세 - 학원 다니는 게 낫겠어.

입시와 학원의 세계에 넣기 싫어 질질 끌어왔다. 본인도 공부하는 학원은 가기 싫다 했고, 코로나 팬데믹에 겹쳐, 수학 영어는 지금껏 집에서 했다. EBS 인강 듣고, 문제집 풀고 어찌저찌 5학년까지 도달했다. 신랑과 나는 점점 더 나이 들고, 안팎으로 업무가 많아진다. 종일 회의를 하기에 퇴근 후에는 뇌와 입이 쉬고 싶어한다. 채점하고 틀린 문제 봐주고 집중했나 확인하는 것들을 지속할 기력이 없다. 주말에는 그저 같이 놀고 쉬고 싶다. 책장이 꽉 차서, 주변에 쌓아둘 정도로 좋아하는 책도 많고 전자기기로 이래저래 놀 수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된 우리 어린이가 드디어 선언을 하셨다. 본인의 방에는 본인을 유혹하는 것들이 많다며, “엄마. 이제 학원 다니는 게 낫겠어.” 사실 신랑도 나도 이제 슬슬 gg를 치..

람이 11세 - 왜 받았는지 모르겠어.

1. 2학기 들어 처음으로 등교수업을 하는 날, 학교에서 선생님께 상으로 받았다며 상품을 들고 돌아왔다. 왜 받았어? 물어보니 모르겠단다. 전원 받은거냐 물어보니 세 명 받았단다. 무슨 상으로 받은 건지 네가 내일 물어볼래, 선생님께 엄마가 여쭤볼까 물어보니, “받아서 좋았으니 왜 받았는지는 그냥 넘어가자 엄마.” 2. 온라인 수업을 하는 지난 주 내내 결석을 했다. 주말에 등교 준비를 하며 온라인 수업 다 다시 들어야 해? 묻길래 안 들어도 상관 없지 않을까? 하고 넘어갔다. 오랜만의 등교 어땠니 물으니 “힘들었어. 지난 주 온라인 수업 들어야겠어. 한 주 빠지니 따라가기가 어렵네. 오늘 엄마가 내 준 숙제 안 하고 온라인 수업 들을게.” 오후 네 시경, 회의와 회의 사이 빈틈을 어찌 알고 문을 열고 ..

람이 11세 - 해리포터

해리포터를 드디어 전권 다 구비했다. 이건 새 책으로 보고 싶다는 아이의 말에, 중고책으로 들이지 못했다. 우리 애기가 드디어 좋아하는 것들을 모아 갖고 싶은 나이가 되었다. 감회가 새롭다. 엄마는 이십 년도 전에 몇 권 읽고 취향이 아니라 멈췄는데 아이는 계속 해리포터 주제로 이야기를 하고 싶어한다. 코로나 시대에 온라인 수업에 학원도 다니지 않는 아이는 관심사를 나눌 만한 또래 대화 친구와의 접점이 거의 없다. 부모라도 대화 상대가 되어주어야겠다는 부채의식이 있어 별로 내키지 않지만 다시 읽어야 하나 고민하던 참이었다. 저녁에는 더위가 한 풀 꺾여, 산책을 다니고 있다. 손을 잡고 킥보드를 타고 대화를 나누던 도중 아이가 말했다. “엄마, 해리포터에서 말하고 싶은 메세지가 뭔지 알겠어. 세상에서 제일..

6세 서울이 - 간지럽힌 거 아니야. 내 동생이.

1. 간헐적 불면증은 수면 초기에 깨버리면 심해진다. 오랜만에 수면욕이 쏟아져서 행복하게 잠들려는 찰나 조그만 손가락이 발바닥을 긁고 팔을 간지럽힌다. 서울아 엄마 잘건데 왜 간지럽혀~ ㅜㅜ 하니 “ 간지럽힌 거 아니야. 엄마가 좋아서 엄마 만진거야.” 2. 큰애는 예민하고 감수성이 풍부하다. 사소한 것이 트리거로 감정이 폭발해 엉엉 우는데 혼자 감정을 다스릴 시간을 주어야 할 것 같아 들어가지 않고 밖에 있었다. 둘째가 다가와서 얼른 엄마 형아한테 가보란다. 형이 왜 우는지 안단다. 왜 우는 것 같은데? 물으니 “자 봐봐- 내가 너무 힘들어서 티비 보고 쉬고 싶은데 내 동생이 장난감도 안 치우고 말도 안 들어. 시간이 늦어 티비도 못 보게 됐어. 그러면 얼마나 힘들겠어. 나는 형아 기분 알아요. 그니까..

11살 큰 애 자랑.

람이네 학교 담임 선생님은 아이들이 잘 하면 칭찬과 젤리나 초콜릿 선물을 종종 주신다고 한다. 하교 후 람이가 들려준 이야기들. 1. 당시 수에즈 운하에 좌초된 배가 이슈되던 시기였다. 선생님이 수업시간에 수에즈 운하가 없을 때는 배들이 무얼 보고 다녔을까 물으셔서 람이가 “희망봉” 이라고 답했더니 깜짝 놀라셨단다. 초콜릿을 받아 와서 동생이랑 나누어 먹는 것을 칭찬해주며 희망봉 이야기는 어디서 봤냐 물으니, ‘기억이 안 나는 어떤 책’에서 봤다고 했다. ^^ 2. 수업 시간에 고래를 잡는 이야기가 나와서 포경선 이야기가 나오는 소설 아는 사람? 물으시길래 람이 혼자 손 들고 “모비딕” 이라고 답했단다. 친구들은 그런게 있어? 하는 분위기였다고 한다. 첨부한 그림은 10살 2월에 람이가 모비딕을 읽고 그..

서울이 5세 - 형아랑 결혼할 거야.

어제 자려고 누워 대화를 하다가 서울이에게 언제까지 엄마 아빠랑 같이 살거야 물었다 “나중에 커서 늙으면 다른 집에서 살거야.” 결혼하면 엄마 아빠랑 다른 집에서 살아야지~ 누구랑 결혼할거야? 물으니 “형아랑 결혼할거야. 형아 나랑 결혼해줘~~ 나중에 늙어서 다른 집에서 형아랑 결혼해서 형아랑 둘이 살거야.” 형아는 질색팔색 도망가고. ^^ 다음 날 뽀뽀하다가 엄마가 뽀뽀해주면 기분이 어때? 하니 “부드럽고 따뜻해~ 좋아~~” 안고 뽀뽀하고 콩닥콩닥 하다가 너 엄마랑 뽀뽀했으니까 이제 엄마랑 결혼해야 돼~~ 하니까 후다닥 뛰어가 책 보는 형아 무릎에 뽀뽀를 쪽 하더니 “아니야! 나 형아한테 뽀뽀했으니까 형아랑 결혼할거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