람이/보물과 만나다

람이 11세 - 해리포터

LEEHK 2021. 8. 13. 03:53
해리포터를 드디어 전권 다 구비했다.
이건 새 책으로 보고 싶다는 아이의 말에, 중고책으로 들이지 못했다.
우리 애기가 드디어 좋아하는 것들을 모아 갖고 싶은 나이가 되었다.
감회가 새롭다.


엄마는 이십 년도 전에 몇 권 읽고 취향이 아니라 멈췄는데
아이는 계속 해리포터 주제로 이야기를 하고 싶어한다.

코로나 시대에 온라인 수업에 학원도 다니지 않는 아이는
관심사를 나눌 만한 또래 대화 친구와의 접점이 거의 없다.
부모라도 대화 상대가 되어주어야겠다는 부채의식이 있어
별로 내키지 않지만 다시 읽어야 하나 고민하던 참이었다.



저녁에는 더위가 한 풀 꺾여, 산책을 다니고 있다.
손을 잡고 킥보드를 타고 대화를 나누던 도중 아이가 말했다.

“엄마, 해리포터에서 말하고 싶은 메세지가 뭔지 알겠어.
세상에서 제일 강한 마법은 살인의 저주인 아브라카다브라가 아니야.”

하고는 주변 사람들을 피해 구석으로 끌고 가더니 속삭인다.

“세상에서 가장 강한 마법은 사랑이야.”


해리포터를 세 번 넘게 읽다보니 그런 생각이 들었다며
오글오글거린다고 부끄러워하는 사춘기 초입 소년에게

그게 바로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거라고
엄마는 너를 사랑한다고 안아주었다.


아이가 책을 반복해서 읽고 저렇게 생각을 정리하게 된 게 정말 기특하고 멋지다.
해리포터를 다시 읽어봐야겠다고 마음이 기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