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교 후 람이가 들려준 이야기들.
1.
당시 수에즈 운하에 좌초된 배가 이슈되던 시기였다.
선생님이 수업시간에 수에즈 운하가 없을 때는 배들이 무얼 보고 다녔을까 물으셔서 람이가 “희망봉” 이라고 답했더니 깜짝 놀라셨단다.
초콜릿을 받아 와서 동생이랑 나누어 먹는 것을 칭찬해주며 희망봉 이야기는 어디서 봤냐 물으니, ‘기억이 안 나는 어떤 책’에서 봤다고 했다. ^^
2.
수업 시간에 고래를 잡는 이야기가 나와서
포경선 이야기가 나오는 소설 아는 사람? 물으시길래
람이 혼자 손 들고 “모비딕” 이라고 답했단다.
친구들은 그런게 있어? 하는 분위기였다고 한다.
첨부한 그림은 10살 2월에 람이가 모비딕을 읽고 그런 그림이다.
고래 표정이 너무나 생생하여 깜짝 놀랐다.
칭찬 잔뜩 해 주고 티비 옆에 붙여놓았다.
3.
도덕 수행평가로 ‘아름다운 사람이 되는 길과 실천 방법에 대해 생각하고, 아름다운 모습과 관련된 사진자료 가져오기’ 과제가 나왔다. 전 날 저녁에 엄마 동방사회복지회 잡지 어디갔지? 하며 찾더니 사진을 열심히 오려서 챙겨가는 것 같았다.
잡지의 사진을 붙이고, 실천하는 길로 기부하고 돕는 것이라고 적어 제출했고, 선생님이 잘한 두 개를 뽑아 반 전체에 보여주셨는데 그 중 하나가 람이 것이었단다.
선생님께서 “람이 여기에 기부하니?” 물으셔서 람이가 “네” 대답하니 친구들이 놀라는 분위기였단다.
집에 와서 이야기하며, 람이가, “엄마 젤리 받은 것보다 더 기분 좋았어.” 라고 하는 걸 보며, 나도 기분이 좋았다.
++
월급에서 조금씩 쪼개어 기부하는 건 거의 이십년째 하고 있다.
아이가 태어난 순간 세상에 보은(?)해야 할 것 같은 기분에, 람이 이름으로 정기 기부도 시작했다. 기부처를 고민하다 미혼모와 입양 대기 아기들을 도와주는 단체 중, 집 근처에 사무실이 있는 곳으로 선택했다.
그 단체에서 보내주는 홍보물은 아이 이름으로 도착한다. 람이가 글씨를 읽는 나이가 된 뒤로부터는 꼬박꼬박 간행물을 읽고, 기부를 하고 있음에 자부심을 갖는다고 추측하고 있었는데, 내 생각보다 더 아이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었나 보다.
코로나에 여행도 수영장도 못 가고 쳇바퀴 도는 삶에 슬럼프에 빠진 것 같다는 아이를 달래며 고민이 많은 시기다. 예민하고 기복이 심한 보물이, 그래도 잘 자라고 있어 고맙고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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