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도 공부하는 학원은 가기 싫다 했고,
코로나 팬데믹에 겹쳐, 수학 영어는 지금껏 집에서 했다.
EBS 인강 듣고, 문제집 풀고 어찌저찌 5학년까지 도달했다.
신랑과 나는 점점 더 나이 들고, 안팎으로 업무가 많아진다.
종일 회의를 하기에 퇴근 후에는 뇌와 입이 쉬고 싶어한다.
채점하고 틀린 문제 봐주고 집중했나 확인하는 것들을
지속할 기력이 없다. 주말에는 그저 같이 놀고 쉬고 싶다.
책장이 꽉 차서, 주변에 쌓아둘 정도로 좋아하는 책도 많고
전자기기로 이래저래 놀 수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된
우리 어린이가 드디어 선언을 하셨다.
본인의 방에는 본인을 유혹하는 것들이 많다며,
“엄마. 이제 학원 다니는 게 낫겠어.”
사실 신랑도 나도 이제 슬슬 gg를 치고 싶은 시기였기에
동네 학원들에 전화를 돌리고, 레벨테스트를 받고,
각 학원의 항목별 특장점을 닥스에 표로 정리하고
시간표 시뮬레이션을 두 자리 버전으로 만들어 비교 분석했다.
시작한 지 세 달 된 피아노는 최소 2년은 했으면 좋겠다.
스트레스를 푸는 도구 중 하나로 음악을 넣어 주고 싶다.
태권도랑 축구는 아이의 체력을 위해 유지하고 싶다.
미술은 아이가 너무나 좋아해서 꼭 하고 싶단다.
여기에 영어, 수학을 끼워 시간표를 짜니, 한숨이 나온다.
저학년 때 예체능을 끝내라는 게 이런 뜻인가 싶으면서도
실컷 집에서 책 보게 했기에, 자발적으로 학원 가겠다 했겠지.
위로하고 위안해보지만,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
나의 어떤 선택 때문에, 어떤 타이밍을 놓치게 되는 건 아닐까.
더 놀아야 하는 시기인데 공부 학원에 밀어넣는 거라면 어쩌지.
공부 기초를 다져야 하는 시기를 놓치고 방임하는 거면 어쩌지.
더 놀게 하고 싶은데, 더 놀게 하는 게 아이를 위한 것 일까.
선택의 사이드 이펙트를 어린이가 맞으면 어쩌지. 생각한다.
“집에서 독학한건데 이정도라니, 정말 너 굉장하구나!”
금액을 지불한 레벨테스트 결과를 듣고, 카페에 앉았으나
15분 만에 케이크와 음료 원샷하고 들썩거리는 남자애라
기대했던, 진지한 대화는 못 하고 바로 나왔지만
“엄마 나 사춘기라 그래. 기분이 엄청 좋았다가 엄청 안 좋았다가 그러는데, 지금은 엄청 좋아. 그냥 좋을 때는 즐기면 되는거야!”
라며 붕붕 떠 있는 어린이 손을 잡고 걸으며,
“Mom, beautiful !! 우리 엄마 아이 둘 낳은 엄마들 중에 젤 이쁘다는 말이야!!”
라는 어이없는 말에 웃음이 터졌다가.
쓸데없이 걱정은 그만 하자는 생각이 들었다.
기왕 결정한 거, 다녀보고, 아니면 말지 뭐.
부모 마음과 우리 어린이 마음이 가는대로
충분히 의논하고, 실행하면 그게 최선이겠지.
'람이 > 보물과 만나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성공의 경험 누적. (0) | 2023.01.14 |
---|---|
국기원 승품 심사 (0) | 2022.08.16 |
255. (0) | 2021.12.31 |
150. (0) | 2021.11.02 |
람이 11세 - 왜 받았는지 모르겠어. (0) | 2021.09.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