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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살 큰 애 자랑.

람이네 학교 담임 선생님은 아이들이 잘 하면 칭찬과 젤리나 초콜릿 선물을 종종 주신다고 한다. 하교 후 람이가 들려준 이야기들. 1. 당시 수에즈 운하에 좌초된 배가 이슈되던 시기였다. 선생님이 수업시간에 수에즈 운하가 없을 때는 배들이 무얼 보고 다녔을까 물으셔서 람이가 “희망봉” 이라고 답했더니 깜짝 놀라셨단다. 초콜릿을 받아 와서 동생이랑 나누어 먹는 것을 칭찬해주며 희망봉 이야기는 어디서 봤냐 물으니, ‘기억이 안 나는 어떤 책’에서 봤다고 했다. ^^ 2. 수업 시간에 고래를 잡는 이야기가 나와서 포경선 이야기가 나오는 소설 아는 사람? 물으시길래 람이 혼자 손 들고 “모비딕” 이라고 답했단다. 친구들은 그런게 있어? 하는 분위기였다고 한다. 첨부한 그림은 10살 2월에 람이가 모비딕을 읽고 그..

아홉수.

열아홉은 대학 1학년이었다. 감정 기복이 심했고, 열정과 기력을 학교에 쏟았다. 타인과 자신에 대해 고민하고 몰입하며 술과 함께 방황했다. 스물아홉은 첫 출산 후 육아휴직 중이었다. 아무리 노력해도 개선할 수 없는 소중한 것을 받아들이며 깜깜한 어둠 속에 그래도 잘해보려 발버둥치며 좌절했다. 아홉수 라는 걸 떠올릴 냉정함이 없었던 시기들이다. 그런 단어는 다른 사람들에게나 적용되는 거라 생각했었다. 몇 주 전, 좋아하는 희님이 오랜만에 보자 연락를 주셔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는 이 사건들을 요약 전달하며 나이듦이란 이렇게 빡심을 견디는 건가봐요 했더니. 내 나이를 기억해주시는 그녀가- “화경, 아홉수인가봐.” 라고 말씀해주셨다. 그 순간 머리를 뎅~ 하고 울리더니 마음이 편해졌다.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

슬기롭게.

오른 팔은 지난 주 피검사 때 후벼판 덕에 시큰거리는데 왼 팔은 오늘 종일 꽂았던 굵은 링겔 바늘 탓에 욱신거린다. 애들 배식용; 3리터 우유를 드는데 손목까지 후들거렸다. 간호통합병동은 코로나라 간병인 출입금지라 하여 오프를 내고 아침에 혼자 운전해서 입원수속 밟고 환자복 갈아입고 사방에 커튼을 두른 침대에 누우니 아- 오랜만에 혼자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제는 입원 자격을 얻기 위해 아침에 코로나 검사를 했다. 그 탓인지 두통이 심해 오랜만에 일찍 퇴근했다. 아파야 혼자가 되고, 아파야 쉰다. 익숙한 패턴이다. 초과근무 수당 없을 때도 종종 야근이나 주말근무 했고, 자율출퇴근제가 도입된 지금도 자율적으로 초과근무 하고, 오프내고도 회사 시스템 수시로 들여다보는 것을 보면 업무와 관련된 사항은 어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