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상념의 문서화

슬기롭게.

LEEHK 2021. 6. 19. 00:43
오른 팔은 지난 주 피검사 때 후벼판 덕에 시큰거리는데
왼 팔은 오늘 종일 꽂았던 굵은 링겔 바늘 탓에 욱신거린다.
애들 배식용; 3리터 우유를 드는데 손목까지 후들거렸다.

간호통합병동은 코로나라 간병인 출입금지라 하여
오프를 내고 아침에 혼자 운전해서 입원수속 밟고
환자복 갈아입고 사방에 커튼을 두른 침대에 누우니
아- 오랜만에 혼자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제는 입원 자격을 얻기 위해 아침에 코로나 검사를 했다.
그 탓인지 두통이 심해 오랜만에 일찍 퇴근했다.


아파야 혼자가 되고, 아파야 쉰다.
익숙한 패턴이다.


초과근무 수당 없을 때도 종종 야근이나 주말근무 했고,
자율출퇴근제가 도입된 지금도 자율적으로 초과근무 하고,
오프내고도 회사 시스템 수시로 들여다보는 것을 보면
업무와 관련된 사항은 어쩌면 중독된 취미인걸까.


초록색 수술방에서 곧 마취됩니다 할 때, 잠든다 싶어 좋았고
회복실에서 어깨를 흔들던 분들이 깨어있으라했지만,
잠이 쏟아지는 감각이 좋아서 올라와서도 계속 푹 잤다.

간헐적 불면증이 이삼 년 정도 된 것 같다.
규칙적인 수면이 잘 되지 않는다. 나이가 들어 그런걸까.
술을 잘 먹지 않아서 그런걸까.

영유아 양육 십 년 동안 끊어 자는 것이 습관이 된 데다가
혼자 만의 시간은 잠을 줄여야만 확보 가능하기 때문에
결국 잠을 줄여가며 정서적 욕구를 충족시키고 있는걸까.



사람마다 약한 장기가 있다는데
나의 그 곳은 벌써 서너번째 병원 도움을 받고 있다.
스트레스를 그 친구가 다 받아주고 있나보다. 미안하다.

아파서 슬프거나 억울하기보다
혼자가 되었다. 쉴 수 있구나. 나름 환기가 된다.
쉬어야한다고 강제되는 그 순간이. 썩 나쁜 것 만은 아니다.

아파야만 쉬는 건 너무나 미련하고 창피하다.
아프기 전에 잘 쉴 수 있도록
슬기로운 사람이 되도록 노력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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