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상념의 문서화

아홉수.

LEEHK 2021. 6. 27. 00:01
열아홉은 대학 1학년이었다.
감정 기복이 심했고, 열정과 기력을 학교에 쏟았다.
타인과 자신에 대해 고민하고 몰입하며 술과 함께 방황했다.

스물아홉은 첫 출산 후 육아휴직 중이었다.
아무리 노력해도 개선할 수 없는 소중한 것을 받아들이며
깜깜한 어둠 속에 그래도 잘해보려 발버둥치며 좌절했다.

아홉수 라는 걸 떠올릴 냉정함이 없었던 시기들이다.
그런 단어는 다른 사람들에게나 적용되는 거라 생각했었다.


몇 주 전, 좋아하는 희님이 오랜만에 보자 연락를 주셔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는 이 사건들을 요약 전달하며
나이듦이란 이렇게 빡심을 견디는 건가봐요 했더니.


내 나이를 기억해주시는 그녀가-
“화경, 아홉수인가봐.” 라고 말씀해주셨다.
그 순간 머리를 뎅~ 하고 울리더니 마음이 편해졌다.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 휘몰아쳐 이리저리 당하고 있다.
원인을 파악해서 인력으로 정리할 수 없다. 그저 받아들인다.
대자연의 폭풍에 휩쓸리는 시기가 지나가길 기다린다.


삼십대의 마지막 해가 아쉽고 잡고 싶은 기분은 전혀 없다.
빠르게 지나가는 시간이 더 빠르게 지나가
빨리 늙고 빨리 이뤄내고 성취해서, 자유로워지고 싶다.

많은 것들은 시간이 해결해준다.
노력해도 안 되는 것들은 그냥 바람길에 올려버리자.
내년, 드디어 마흔이 되면, 더 삶이 안정되어 있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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