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상념의 문서화

시간이 부족하다.

LEEHK 2021. 11. 9. 03:00
섬세한 성격이 엄마 아빠를 쏙 빼닮은 우리 큰 보물은 일요일 밤에 종종 통곡한다. 제대로 놀지도 못 했는데 쉬는 날이 가서 너무 아쉽단다. 지난 밤에도 하루종일 같이 있을 시간이 거의 없어 엄마 제대로 못 안았다며 안아달라고 달라붙어 있었다.

둘째를 보면, 너무나 애기 애기하고 귀엽고 예쁘다. 큰애가 같은 나이일 때는 신생아 동생이 있었어서 그런지 큰애는 다 컸다라고 생각했었다. 산후조리원에 있을 때 엄마 면회하고 돌아가는 차 안에서 엄마 보고 싶다며 통곡하던, 그 귀엽고 예쁜 아기에게 형 노릇을 기대하고 칭찬하며, 내 생존에 급급해 예쁜 6세 람이를 제대로 못 즐겼던 것 같아 아쉬운 마음이 자꾸 든다. 둘째가 예쁠수록 큰 애가 훌쩍 자란 것이 아깝고 지금이 너무 귀하고 소중하다. 이 또한 곧 흘러가버리고 어린이 람이도 곧 어른이 되어버릴테니까.



재택근무가 2년 정도 되었다. 일도 많고 회의도 많아 같은 집에 있다 뿐이지 근무 시간은 아이들과 교류가 없다. 연차가 늘어 일의 범위와 양이 많아지다보니 출퇴근에 쓰던 시간도 근무에 다 들어가고 있다. 일이 바빠 공부할 시간도 운동할 시간도 취미를 가질 시간도 거의 없다. 주어진 것들을 최선을 다해 쳐나가다 문득 정신을 차리니 일이 일상이자 취미가 된 게 아닐까 싶다. 요즘은 꿈에서도 계속 일을 한다. 이야기가 있는 꿈을 꾼 게 언제였나 싶다.


가진 것들을 놓치지 않고, 유지하고, 버티는 데 리소스를 한계까지 몰아넣어야 하는 시간들이었다. 덕분에 직업을 유지했고 집 생기고 차도 생기고 애들도 어느정도 컸다.
많은 것들을 밀도있게 몰입해서 하다보니 놓치고 흘리고 가는 게 있다. 지나고 나서 생각해보면 이뤄낸 것은 당연해지고 놓친 것들은 가슴 한 켠에 몽우리 되어 맺혀 있다.

특히 큰 애 어릴 때 마음의 여유가 없어, 육아의 행복을 만끽하지 못한 게 너무 아쉽다. 사진과 동영상으로 남아 있는 그 예쁜 아기가 그립고 안고 싶다. 더이상 만지지도 안지도 못하는 우리 시어머니도 너무 보고싶다. 사진을 보다 그 당시 모습과 목소리는 머리 속에 생생한데, 이 분이 지금 안 계신 게 믿어지지가 않는다.


지금 열한 살의 람이도 얼굴에 애기 때 모습이 많이 남아있고, 마음은 어리광쟁이 그대로라 너무 귀엽고 예쁘고 소중하다. 여섯 살의 서울이는 너무너무 귀여워서 가끔 시간이 멈췄으면 싶을 정도로 사랑스럽다. 말하는 목소리 말투까지 귀엽고 웃기다.

해야 할 일이 산더미고, 아직 못한 게 한무더기 더 남아 있지만, 과업을 완수하는데 급급해 시간을 강물에 흘려보내지 말자. 이 시기 아니면 만날 수 없고 볼 수 없고 할 수 없는 것들이 있다.
시간이 부족하니까, 중요한 것들을 더욱 중요하게 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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