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시작.
8월부터 주식을 시작 해서 4개월 정도 지났다.
불확실성에 휘둘리고 싶지 않아 거부해왔었지만
노후를 위해서 투자 공부를 해야 할 시기라 느꼈고
돈을 묶어야 진심으로 보게 될 것이라 판단했다.
개나소나 주식을 시작할 때는 끝물이라는 말처럼
내가 산 뒤로 주식은 장이 안 좋아졌다.
그러나 데이터를 보는 숙달된 직업인의 감은 훌륭했다.
2. 시드 규모
시드를 어느정도 넣을까 고민하다
신랑에게 오백만원짜리 가방을 사도 되냐고 물었다.
빡신 삶을 사는 나를 안쓰러워하던 신랑이
스트레스 해소 차원에서 갖고 싶어한다고 생각했는지
오천짜리 사도 된다며 주말에 백화점 가자고 답이 왔고
그에 오백을 시드 삼은 주식 매매 리스트를 보냈다.
투자 실패로 이것들이 다 휴지조각으로 날아간다면
우리는 가방을 샀고, 그 가방을 잃어버린 셈 치자고 했다.
3. 투자 방식
주식 시장은 노력과 노동의 영역이라기보다
사람들의 심리에 따라 움직이는 도박판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날씨나 재난재해, 스캔들, 사회적 이슈들에 쉽게 휘청인다.
정량화 피쳐화 할 수 없는 요인이 크리티컬하다.
퀀트와 딥러닝 등으로 주가 예측 시장이 크다는 것 알지만,
학습 데이터 구성이 거의 불가능해보이기에
알고리즘만 판다고 좋은 모델이 나오기 어려워 보였다.
지표 감각이 뛰어난 직업인의 뇌를 모델로 삼기로 했다.
인터넷 비즈니스 데이터 다루는 일을 20년 정도 하면서, 경제학적인 사회흐름을 관찰하는 걸 즐겨해왔던 나의 뉴런세포들을 믿었다.
머리 속에 숫자를 다루는 pre-train 모델이 충분히 구축되어 있울거라 믿었고,
새로운 학습데이터를 부어넣으면 빠르게 transfer-learning 을 진행할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망하지 않을 것 같은 대형주 위주로 목록을 만들어
해당 리스트의 종목별 주가 등락을 매일 확인했다.
부동산 카페나 일부 뉴스 등 돈의 흐름에 영향을 미칠만한 글들을 살피며 주의를 기울였다.
몇 주 정도 지나자
바닥이랑 머리는 못 맞춰도 대략 어깨랑 무릎은 감이 왔다.
느낌상 이쯤이 무릎이다 싶을 때 사고 어깨다 싶을 때 팔았다.
고점에서 물린 친구들은 무릎이다 싶을 때마다 물을 타서 조절했고, 조절한 단가 이상 치솟아 어깨다 싶을 때 익절했다.
업무가 바쁜지라 주식 거래 시간에 짬이 나지 않았다.
정신 차리면 장이 닫히기 일쑤라,
주문은 아침에 느낌이 오는 금액으로 걸어두고 방치했다.
당일 체결내역 확인하라는 알림톡이 저녁 7시쯤 오면 아침에 뭘 주문 걸어놨더라 하고 들어가서 복기했다.
거래가 안되면 다시 기회가 다시 오겠지 하고 주가 등락 시뮬레이션을 머리 속으로 돌렸다.
4. 정리
연말까지 장이 하 수상할 것 같아 추매 없이 천천히 정리 했다.
주식 시장으로 유입되는 현금 흐름이 늘어날 것 같지 않았다.
확진자도 증가하고 경제도 쉽지 않고, 종부세도 오르고 금리도 오르면서, 오히려 주식 시장에 넣은 자금을 빼야 하는 니즈가 늘어날 것이라 판단했다.
주식 보유량을 제로로 만들고 나서
얼마나 벌었나 따져보았다.
코스피가 3,300 즈음에서 주식을 시작했고
주식을 모두 매도한 시점의 코스피는 약 3,000 이었다.
4개월간 추세를 가지고 10%가 하락하던 장에서
등락을 따라 이리저리 운용하며 20% 수익을 냈다.
미래의 주가를 예측하고, 어느정도 예측이 맞아 들어갈 때의 즐거움은, 예측 모델링을 업으로 삼는 사람의 직업적 쾌감과 결이 일치했다.
신랑이 제 2의 직업으로 전업 투자를 적극 권유할 정도였다.
5. 회고
그러나, 열심히 하는 자는 즐기는 자 못 이기고, 즐기는 자는 운 좋은 자를 이기지 못한다고 했던가.
장이 한창 오르기 전에 그냥 사볼까 하고 사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보유만 하고 있는 신랑의 수익률은 50%다.
아무리 치열하게 계산을 해도 세파에 흔들리다보니
운 좋게 상승장에서 물건을 산 것 만큼의 성과를 내기 어려웠다.
등락에 따라 무릎에서 샀다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장이 폭락할 때 그나마 덤덤할 수 있었던 것은
시드머니가 여유자금이었기 때문이다.
없어질 것을 각오하고 시작한 것이었기 때문에 침착할 수 있었다.
만약 거액의 대출로 일으킨 자금이었거나,
빠른 시일 내에 회수해야 하는 다른 용도의 자금이었다면 멘탈을 잡기 어려웠을 수 있다.
기다리면 결국 기회는 다시 오기 마련인데,
그 기회가 올 때까지의 시간이 어느정도인가가 운의 영역이라는 것이
주식 투자를 시작할 때 가장 주의해야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계란은 한 바구니에 담으면 안 된다.
이론으로는 완벽히 알고 있는 분산투자라는 단어에 볼드체가 박힌다.
현재 상황에서 최고의 ROI를 낼 수 있는 건, 일이다.
시간과 기력을 투자해 근로소득을 얻는다.
직업을 사랑하고 열정적으로 일을 하는 워커홀릭 타입이고 일을 만드는 걸 좋아해서, 몰입해서 으아아아 하며 달리며 일을 해치워도 해치워도 시간은 늘 부족하다.
그러다보나 시간이 빨리 흘러가고, 시간이 빨리 흘러가니 월급날도 금새 다시 돌아온다.
주식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에서 감을 유지할 수 있게 소소하게 계속 진행하겠지만
몸과 건강하게 유지하여 cash flow 를 유지하는 것이 기본이다.
알고 있던 결론을 다시 한 번 정리했다.
주식도 즐겁게 일도 즐겁게, 건강하게 오래 살자.
high risk 를 감당하다 마음과 몸이 상하면 다 망한다.
적절히 다룰 수 있는 수준의 low risk 를 take 하며, 똑똑하게 대응해 low 보다는 조금 더 높은 middle 수준의 return 을 얻어보자. :)
8월부터 주식을 시작 해서 4개월 정도 지났다.
불확실성에 휘둘리고 싶지 않아 거부해왔었지만
노후를 위해서 투자 공부를 해야 할 시기라 느꼈고
돈을 묶어야 진심으로 보게 될 것이라 판단했다.
개나소나 주식을 시작할 때는 끝물이라는 말처럼
내가 산 뒤로 주식은 장이 안 좋아졌다.
그러나 데이터를 보는 숙달된 직업인의 감은 훌륭했다.
2. 시드 규모
시드를 어느정도 넣을까 고민하다
신랑에게 오백만원짜리 가방을 사도 되냐고 물었다.
빡신 삶을 사는 나를 안쓰러워하던 신랑이
스트레스 해소 차원에서 갖고 싶어한다고 생각했는지
오천짜리 사도 된다며 주말에 백화점 가자고 답이 왔고
그에 오백을 시드 삼은 주식 매매 리스트를 보냈다.
투자 실패로 이것들이 다 휴지조각으로 날아간다면
우리는 가방을 샀고, 그 가방을 잃어버린 셈 치자고 했다.
3. 투자 방식
주식 시장은 노력과 노동의 영역이라기보다
사람들의 심리에 따라 움직이는 도박판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날씨나 재난재해, 스캔들, 사회적 이슈들에 쉽게 휘청인다.
정량화 피쳐화 할 수 없는 요인이 크리티컬하다.
퀀트와 딥러닝 등으로 주가 예측 시장이 크다는 것 알지만,
학습 데이터 구성이 거의 불가능해보이기에
알고리즘만 판다고 좋은 모델이 나오기 어려워 보였다.
지표 감각이 뛰어난 직업인의 뇌를 모델로 삼기로 했다.
인터넷 비즈니스 데이터 다루는 일을 20년 정도 하면서, 경제학적인 사회흐름을 관찰하는 걸 즐겨해왔던 나의 뉴런세포들을 믿었다.
머리 속에 숫자를 다루는 pre-train 모델이 충분히 구축되어 있울거라 믿었고,
새로운 학습데이터를 부어넣으면 빠르게 transfer-learning 을 진행할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망하지 않을 것 같은 대형주 위주로 목록을 만들어
해당 리스트의 종목별 주가 등락을 매일 확인했다.
부동산 카페나 일부 뉴스 등 돈의 흐름에 영향을 미칠만한 글들을 살피며 주의를 기울였다.
몇 주 정도 지나자
바닥이랑 머리는 못 맞춰도 대략 어깨랑 무릎은 감이 왔다.
느낌상 이쯤이 무릎이다 싶을 때 사고 어깨다 싶을 때 팔았다.
고점에서 물린 친구들은 무릎이다 싶을 때마다 물을 타서 조절했고, 조절한 단가 이상 치솟아 어깨다 싶을 때 익절했다.
업무가 바쁜지라 주식 거래 시간에 짬이 나지 않았다.
정신 차리면 장이 닫히기 일쑤라,
주문은 아침에 느낌이 오는 금액으로 걸어두고 방치했다.
당일 체결내역 확인하라는 알림톡이 저녁 7시쯤 오면 아침에 뭘 주문 걸어놨더라 하고 들어가서 복기했다.
거래가 안되면 다시 기회가 다시 오겠지 하고 주가 등락 시뮬레이션을 머리 속으로 돌렸다.
4. 정리
연말까지 장이 하 수상할 것 같아 추매 없이 천천히 정리 했다.
주식 시장으로 유입되는 현금 흐름이 늘어날 것 같지 않았다.
확진자도 증가하고 경제도 쉽지 않고, 종부세도 오르고 금리도 오르면서, 오히려 주식 시장에 넣은 자금을 빼야 하는 니즈가 늘어날 것이라 판단했다.
주식 보유량을 제로로 만들고 나서
얼마나 벌었나 따져보았다.
코스피가 3,300 즈음에서 주식을 시작했고
주식을 모두 매도한 시점의 코스피는 약 3,000 이었다.
4개월간 추세를 가지고 10%가 하락하던 장에서
등락을 따라 이리저리 운용하며 20% 수익을 냈다.
미래의 주가를 예측하고, 어느정도 예측이 맞아 들어갈 때의 즐거움은, 예측 모델링을 업으로 삼는 사람의 직업적 쾌감과 결이 일치했다.
신랑이 제 2의 직업으로 전업 투자를 적극 권유할 정도였다.
5. 회고
그러나, 열심히 하는 자는 즐기는 자 못 이기고, 즐기는 자는 운 좋은 자를 이기지 못한다고 했던가.
장이 한창 오르기 전에 그냥 사볼까 하고 사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보유만 하고 있는 신랑의 수익률은 50%다.
아무리 치열하게 계산을 해도 세파에 흔들리다보니
운 좋게 상승장에서 물건을 산 것 만큼의 성과를 내기 어려웠다.
등락에 따라 무릎에서 샀다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장이 폭락할 때 그나마 덤덤할 수 있었던 것은
시드머니가 여유자금이었기 때문이다.
없어질 것을 각오하고 시작한 것이었기 때문에 침착할 수 있었다.
만약 거액의 대출로 일으킨 자금이었거나,
빠른 시일 내에 회수해야 하는 다른 용도의 자금이었다면 멘탈을 잡기 어려웠을 수 있다.
기다리면 결국 기회는 다시 오기 마련인데,
그 기회가 올 때까지의 시간이 어느정도인가가 운의 영역이라는 것이
주식 투자를 시작할 때 가장 주의해야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계란은 한 바구니에 담으면 안 된다.
이론으로는 완벽히 알고 있는 분산투자라는 단어에 볼드체가 박힌다.
현재 상황에서 최고의 ROI를 낼 수 있는 건, 일이다.
시간과 기력을 투자해 근로소득을 얻는다.
직업을 사랑하고 열정적으로 일을 하는 워커홀릭 타입이고 일을 만드는 걸 좋아해서, 몰입해서 으아아아 하며 달리며 일을 해치워도 해치워도 시간은 늘 부족하다.
그러다보나 시간이 빨리 흘러가고, 시간이 빨리 흘러가니 월급날도 금새 다시 돌아온다.
주식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에서 감을 유지할 수 있게 소소하게 계속 진행하겠지만
몸과 건강하게 유지하여 cash flow 를 유지하는 것이 기본이다.
알고 있던 결론을 다시 한 번 정리했다.
주식도 즐겁게 일도 즐겁게, 건강하게 오래 살자.
high risk 를 감당하다 마음과 몸이 상하면 다 망한다.
적절히 다룰 수 있는 수준의 low risk 를 take 하며, 똑똑하게 대응해 low 보다는 조금 더 높은 middle 수준의 return 을 얻어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