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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세 서울이 - 간지럽힌 거 아니야. 내 동생이.

1. 간헐적 불면증은 수면 초기에 깨버리면 심해진다. 오랜만에 수면욕이 쏟아져서 행복하게 잠들려는 찰나 조그만 손가락이 발바닥을 긁고 팔을 간지럽힌다. 서울아 엄마 잘건데 왜 간지럽혀~ ㅜㅜ 하니 “ 간지럽힌 거 아니야. 엄마가 좋아서 엄마 만진거야.” 2. 큰애는 예민하고 감수성이 풍부하다. 사소한 것이 트리거로 감정이 폭발해 엉엉 우는데 혼자 감정을 다스릴 시간을 주어야 할 것 같아 들어가지 않고 밖에 있었다. 둘째가 다가와서 얼른 엄마 형아한테 가보란다. 형이 왜 우는지 안단다. 왜 우는 것 같은데? 물으니 “자 봐봐- 내가 너무 힘들어서 티비 보고 쉬고 싶은데 내 동생이 장난감도 안 치우고 말도 안 들어. 시간이 늦어 티비도 못 보게 됐어. 그러면 얼마나 힘들겠어. 나는 형아 기분 알아요. 그니까..

11살 큰 애 자랑.

람이네 학교 담임 선생님은 아이들이 잘 하면 칭찬과 젤리나 초콜릿 선물을 종종 주신다고 한다. 하교 후 람이가 들려준 이야기들. 1. 당시 수에즈 운하에 좌초된 배가 이슈되던 시기였다. 선생님이 수업시간에 수에즈 운하가 없을 때는 배들이 무얼 보고 다녔을까 물으셔서 람이가 “희망봉” 이라고 답했더니 깜짝 놀라셨단다. 초콜릿을 받아 와서 동생이랑 나누어 먹는 것을 칭찬해주며 희망봉 이야기는 어디서 봤냐 물으니, ‘기억이 안 나는 어떤 책’에서 봤다고 했다. ^^ 2. 수업 시간에 고래를 잡는 이야기가 나와서 포경선 이야기가 나오는 소설 아는 사람? 물으시길래 람이 혼자 손 들고 “모비딕” 이라고 답했단다. 친구들은 그런게 있어? 하는 분위기였다고 한다. 첨부한 그림은 10살 2월에 람이가 모비딕을 읽고 그..

아홉수.

열아홉은 대학 1학년이었다. 감정 기복이 심했고, 열정과 기력을 학교에 쏟았다. 타인과 자신에 대해 고민하고 몰입하며 술과 함께 방황했다. 스물아홉은 첫 출산 후 육아휴직 중이었다. 아무리 노력해도 개선할 수 없는 소중한 것을 받아들이며 깜깜한 어둠 속에 그래도 잘해보려 발버둥치며 좌절했다. 아홉수 라는 걸 떠올릴 냉정함이 없었던 시기들이다. 그런 단어는 다른 사람들에게나 적용되는 거라 생각했었다. 몇 주 전, 좋아하는 희님이 오랜만에 보자 연락를 주셔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는 이 사건들을 요약 전달하며 나이듦이란 이렇게 빡심을 견디는 건가봐요 했더니. 내 나이를 기억해주시는 그녀가- “화경, 아홉수인가봐.” 라고 말씀해주셨다. 그 순간 머리를 뎅~ 하고 울리더니 마음이 편해졌다.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