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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와 이별.

중환자실은 하루에 한 번 한 명만 면회가 가능했다. 신랑이 말했다. 자기도 엄마 만나러 갈래? 휴가를 내고, 어머니를 뵈러 갔다. 면회 시간 20분. 의식 없이 코에 산소줄을 끼우고 누워계신 어머니 귓가에 하고 싶은 이야기를 속삭였다. 앞으로도 남은 가족들에게 제가 잘 할게요 어머니. 제 시어머니가 되어주셔서 감사해요. 나중에 애들이 결혼하면, 어머니 같은 시어머니가 될게요. 추위 많이 타시는 어머니 발이 차서 문지르고 주무르며 안겼다. 안아드리고 안겼다. 이불 꼭 꼭 덮어드리고 얼굴이랑 팔이랑 다 만졌다. 자유로를 타는 순간 전화가 왔다. 임종 대기하라고. 중환자실 앞 의자에 어머니의 삼남매를 두고, 아이들 데리러 혼자 밤길을 운전해 집으로 왔다. 장례식장 짐 챙기다 눈을 붙였다 뜨니 새벽 3시 반에 ..

람이 11세 - 해리포터

해리포터를 드디어 전권 다 구비했다. 이건 새 책으로 보고 싶다는 아이의 말에, 중고책으로 들이지 못했다. 우리 애기가 드디어 좋아하는 것들을 모아 갖고 싶은 나이가 되었다. 감회가 새롭다. 엄마는 이십 년도 전에 몇 권 읽고 취향이 아니라 멈췄는데 아이는 계속 해리포터 주제로 이야기를 하고 싶어한다. 코로나 시대에 온라인 수업에 학원도 다니지 않는 아이는 관심사를 나눌 만한 또래 대화 친구와의 접점이 거의 없다. 부모라도 대화 상대가 되어주어야겠다는 부채의식이 있어 별로 내키지 않지만 다시 읽어야 하나 고민하던 참이었다. 저녁에는 더위가 한 풀 꺾여, 산책을 다니고 있다. 손을 잡고 킥보드를 타고 대화를 나누던 도중 아이가 말했다. “엄마, 해리포터에서 말하고 싶은 메세지가 뭔지 알겠어. 세상에서 제일..

6세 서울이 - 간지럽힌 거 아니야. 내 동생이.

1. 간헐적 불면증은 수면 초기에 깨버리면 심해진다. 오랜만에 수면욕이 쏟아져서 행복하게 잠들려는 찰나 조그만 손가락이 발바닥을 긁고 팔을 간지럽힌다. 서울아 엄마 잘건데 왜 간지럽혀~ ㅜㅜ 하니 “ 간지럽힌 거 아니야. 엄마가 좋아서 엄마 만진거야.” 2. 큰애는 예민하고 감수성이 풍부하다. 사소한 것이 트리거로 감정이 폭발해 엉엉 우는데 혼자 감정을 다스릴 시간을 주어야 할 것 같아 들어가지 않고 밖에 있었다. 둘째가 다가와서 얼른 엄마 형아한테 가보란다. 형이 왜 우는지 안단다. 왜 우는 것 같은데? 물으니 “자 봐봐- 내가 너무 힘들어서 티비 보고 쉬고 싶은데 내 동생이 장난감도 안 치우고 말도 안 들어. 시간이 늦어 티비도 못 보게 됐어. 그러면 얼마나 힘들겠어. 나는 형아 기분 알아요. 그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