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균형

극단적인 0과 1로 칼처럼 자르는 것보다 변인들을 고려하며 균형을 잡고 조절하는 것이 더 어렵다. 하지만, 그 여정의 부산물들은 어쩌면 더 쾌적할 수도 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잖아요?? 라는 말을 들으니 지금이 최상이죠 배부른 소리였네요. 라고 할 수 밖에 없었다. 뭐든 가열차게 달리는 것이 운명 혹은 팔자라면 기준과 방향을 영리하게 잡아야 한다. 전략은 소홀히 하면서 빡시게 구르기만 하는 건 아닐런지. 정이란 접착력이 약해진 테이프 같아 수시로 붙었다 떨어진다. 그러다 또 스치듯 지나가는 호의에 감동하고 보람을 느낀다. 깨어진 독에 물을 붓지만 막아주는 두꺼비가 수시로 외출한다. 이것이 고이는 중일까 그저 흘러나가 다시 바닥이 보이는 걸까. 독을 깬 것은 사람이 아니라 세월일 수 있다..

람이 11세 - 왜 받았는지 모르겠어.

1. 2학기 들어 처음으로 등교수업을 하는 날, 학교에서 선생님께 상으로 받았다며 상품을 들고 돌아왔다. 왜 받았어? 물어보니 모르겠단다. 전원 받은거냐 물어보니 세 명 받았단다. 무슨 상으로 받은 건지 네가 내일 물어볼래, 선생님께 엄마가 여쭤볼까 물어보니, “받아서 좋았으니 왜 받았는지는 그냥 넘어가자 엄마.” 2. 온라인 수업을 하는 지난 주 내내 결석을 했다. 주말에 등교 준비를 하며 온라인 수업 다 다시 들어야 해? 묻길래 안 들어도 상관 없지 않을까? 하고 넘어갔다. 오랜만의 등교 어땠니 물으니 “힘들었어. 지난 주 온라인 수업 들어야겠어. 한 주 빠지니 따라가기가 어렵네. 오늘 엄마가 내 준 숙제 안 하고 온라인 수업 들을게.” 오후 네 시경, 회의와 회의 사이 빈틈을 어찌 알고 문을 열고 ..

아빠의 전화와 네임펜.

친정은 남자들이 전화를 자주 거는 편이다. 동생도 최소 주 1회 이상은 전화로 안부를 묻고 아버지도 생각날 때마다 짧게 한두마디 하시고 끊으신다. 엄마랑 나는 전화를 잘 걸지 않고 종종 잘 받지도 못한다; 토요일, 신랑이 좀 쉬라며 애들 데리고 시댁에 갔다. 심리적 안정을 위하여 문신을 해볼까 이야기를 나누다 일단 네임펜으로 신랑이 팔목에 적어준 글자를 보며 뇌를 비우기 위해 끊임없이 글을 읽고 있는데 전화가 왔다. 드시고 싶다는 피자 배달시켜드리고 혼자 있다니 오라 하셔서 도보 7분 거리 친정에 가서 놀다가, “아빠 나 집에 데려다줘.” 하고 손 잡고 한 시간 산책했다. 문신은 절대 안된다고 생각도 하지 마라 하셔서 웃고 거주 동이 보이는 경비실 창문 앞에서 헤어졌다. 동생에게 오늘 밤에 엄마아빠랑 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