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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택근무 네 달째.

얼레벌레 네 달째에 돌입했다. 신랑만 마스크 종일 쓰고 회사 집 왕복할 뿐 애들도 학교와 어린이집, 학원도 모두 가지 않고 집콕이다. 부모님께서 아침에 와주시기에 재택이 원활하다. 중간 중간 애들이 들락날락 하긴 하지만 사실 평일에는 거의 방에 콕 박혀 일만 하는 셈이다. 어쩔 수 없는 병원 진료 건이 아니면 외출이 없고 주말에는 시댁 가지 않으면 집에 있다. 지난 주말에 신랑이 물회를 먹고 싶어해서 집 근처 식당에 포장 주문을 하고 찾으러 갔는데 조리하는 분들이며 손님들이며 아무도 마스크를 안 썼다. 살짝 현타가 왔다. 나만 너무 예민한가. 일상과 경제활동과, 건강에 대한 염려와 균형을 잡아야 하나 싶으면서도, 극 보수적으로 사회와 거리를 두게 된다. 양가 부모님이 기저질환이 있으셔서 자칫 돌이킬 수 ..

마음의 치료.

나이 들어 몸은 점점 이상신호가 많아지는데 마음은 오히려 점점 건강해지고 있다. 간혹 보이지 않는 좁은 협곡 사이로 까맣게 추락하곤 한다. 어릴 때는 세상이 이런 건가 무섭고 도망치고 싶었는데 지금은 뇌의 어떤 호르몬이 정신 질환을 일으키는 건가 심리학 문헌들을 뒤적이며 일치하는 증상을 찾고 있다. 토요일 오전에 아들 셋이 파란 차를 타고 시댁으로 떠난 뒤 증상이 심각해지는 것을 자각하고 눈과 귀와 입에 달달한 것들을 쏟아 부으며 손가락으로는 심리학 용어와 증상들을 필사했다. 모르기에 두려운 것일 뿐, 알게 되는 순간 문제는 작아진다. 공감가는 구절을 보며 사이비 진단을 하다 보니 해가 뜨고 부족한 수면에도 불구하고 마음은 훨씬 나아졌다. 내 안의 어린아이가 아직 남아 있다. 그 아이를 많이 인정하고 끌..

재택근무 한 달.

2월 말, 많은 감정과 함께 집으로 뛰어들어왔는데, 어느새 한 달이 후딱 지나갔다. 행아웃 도중, 둘째가 뛰어들어와 삼촌 이모들과 인사도 하고, 부모님께서 애들을 아침에 데려가 저녁 먹여 보내주시도 한다. 애들 정신 빼놓으려 골드버그 장치도 사고 터닝메카드도 다시 들이고, 과자에 초코로 그림그리기도 샀다. 책도 여러 번 자주 사주었더니 중고책 구매로만 알라딘 플레티넘이 되었다. 눈이 약해 듀얼 모니터의 다른 색감을 견디지 못하는 탓에, 회사에서는 랩탑을 데스크탑처럼 닫아두고 시네마 디스플레이 하나만 연결해, 강산이 바뀌기 전에 구매한 기계식 체리 키보드와 로지텍 무선 마우스만 써왔다. 랩탑은 회의 갈 때만 열었다. 그러다 이번에 충동적으로 노트북만 홀랑 들고 들어온 탓에 며칠간 시행착오를 하다가, 맥북 ..

끌고 나가는 중.

최근에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다. 어른이 되었다. 내려놓을 수 없는 삶의 무게를 실감한다. 부모님과 아이들의 평화로운 일상을 지켜내야 한다는 게 가장 큰 명제고 힘의 근원이다. 그러다보니 현실을 보고, 자꾸 타협하게 된다. 난관에 봉착했을 때 자꾸 현실을 미화하려 애쓰고, 이만하면 괜찮지 되뇌인다. 거의 매일 저녁, 시어머니와 전화 통화를 한다. 긴 통화를 하기 위해서 알뜰폰 음성통화 무제한 요금제로 변경했다.. 아이들 이야기, 신랑 흉, 사회 지면 이야기, 회사 생활 이야기 이런 저런 푸념을 하면, 어머니께서 위로해주시고 응원해주신다. 신랑에게 서운한 기분이 들어도, 어머니를 생각하면 넘어갈 수 밖에 없다. 아들이라 생각하면 세상 최고 훌륭한 잘 커준 아들이다. 우리 어머니 아들한테 내가 잘 해 주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