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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기원 승품 심사

코로나 때문에 2년 넘게 재택근무에 집에만 있었다. 아이도 학교에 거의 안 가고, 학원은 아예 중단했다. 변화를 달가워하지 않는 성향을 가진 아이는 올해들어 다시 태권도를 시작하며 불편해 했다. 달래고 윽박지르고 다시 보내며 걱정했지만, 늘 그렇듯이 아이는 다시 잘 적응해주었다. 큰 체육관, 천장이 한없이 높은 공간에서 압박감이 있을터라 실수를 할 법도 한데, 침착하게 준비한 것들을 다 해냈다. 연습 때보다 80% 밖에 못 했다며 아쉬워하는 아이에게 칭찬을 폭풍처럼 쏟았고, 아이도 성취감을 느낀듯 하다. 3일 뒤에도 심사 받던 장면이 생각 난단다. 본인도 도복을 입고 형아 응원하러 가고 싶다는 거 띠만 매기로 합의 본 둘째도 내년에는 승품 심사를 가겠지. 1품은 대략 그 정도 나이대 애들이 많더라. 내 ..

놀금과 소비재

이래저래 논란 속에 도입된 놀금. 첫 달은 두 번 다 일을 했다. 평일에 휴가를 내야 하는 일정이 있었고 그 달 안에 끝내야 하는 일이 있었다. 주말근무 했을 상황을 놀금 근무로 막았으니 다행이랄까. 놀금에 혼자 일을 하니 아무도 나한테 말을 걸지 않고 회의도 없어 집중이 잘 되고 진도도 쭉 쭉 빠져서 정말 좋았다. 토요일에 혼자 출근하며 느끼던 차분함이 겹치며 놀금 근무에 거부감은 없었으나, 동료들에게 부담을 주는 것 같아 8월 첫 놀금은 쉬었다. 아이의 방학이다. 자율을 주면 방치하는 것 같고, 관리를 해주자니 가혹한 것 같고, 재택근무라 해도 얼굴도 제대로 못 보니 늘 미안한 부채 의식을 치워버리고 싶었다. 신랑과 직장 동료들에게 추천 받은 남돌비, 영화 한산, 명당이라는 H열에서 거북선의 해상 전..

나는 커서 내가 됐다.

웹서핑 중에 유머 글로, 너는 커서 뭐든지 될 수 있어 하는 말에 이모는 커서 뭐가 됐어? 라는 답이 돌아왔다는 조카 크레파스 글을 보고 웃다가 나도 클 만큼 컸는데, 커서 뭐가 됐나 생각해봤다. 직장인. 엄마. 아내. ... 삼십대 초반에 동창 친구 하나가 술마시다 “중학교 때의 너는 나중에 커서 대단한 사람이 될 것 같았어. 근데 대학 가서 졸업하고 회사 다니고 결혼하고 아기낳고 살고 있구나. 생각보다 평범한 인생을 살고 있는 것 같아.” 라고 이야기한 적이 있다. 중학교 때 내가 그 친구에게는 그렇게 보였구나 재미있으면서, 평범하게 사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데 라는 위화감이 동시에 들었었다. 어디선가 송곳같이 뛰어나가고 싶어도, 일상을 지키기 위해 쏟아붓는 인내와 노력의 양이 만만치 않다. 자라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