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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이 12세 - 학원 다니는 게 낫겠어.

입시와 학원의 세계에 넣기 싫어 질질 끌어왔다. 본인도 공부하는 학원은 가기 싫다 했고, 코로나 팬데믹에 겹쳐, 수학 영어는 지금껏 집에서 했다. EBS 인강 듣고, 문제집 풀고 어찌저찌 5학년까지 도달했다. 신랑과 나는 점점 더 나이 들고, 안팎으로 업무가 많아진다. 종일 회의를 하기에 퇴근 후에는 뇌와 입이 쉬고 싶어한다. 채점하고 틀린 문제 봐주고 집중했나 확인하는 것들을 지속할 기력이 없다. 주말에는 그저 같이 놀고 쉬고 싶다. 책장이 꽉 차서, 주변에 쌓아둘 정도로 좋아하는 책도 많고 전자기기로 이래저래 놀 수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된 우리 어린이가 드디어 선언을 하셨다. 본인의 방에는 본인을 유혹하는 것들이 많다며, “엄마. 이제 학원 다니는 게 낫겠어.” 사실 신랑도 나도 이제 슬슬 gg를 치..

2년 치 여행 소진.

여행 첫 날 큰 애의 발 부상으로 응급실 다녀오고, 물도 닿으면 안 되고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아이와 이후 모든 일정 스톱하고 숙소에서 머물렀다. 아침 늦도록 누워 뒹굴거리다 바삭거리는 침구와 하늘, 여행지에서 아무것도 안 하고 누워있던 스플리트의 옥탑방을 떠올렸다. 비 일상을 찾아 떠난 여행에서 일상적인 휴식을 취하는 지극히 현지인스러운 시간. 바닷가 마을에 가서 해산물도 바다도 챙기지 못 했지만 그저 함께라 좋았고, 바쁘지 않아 좋았다. 팔뚝의 흑염룡이 입 안에서 꿈틀거리는 발 부상자를 모시고 귀환 직전 뒷좌석에 둘째가 게워 올린 것들을 수습하러 갓길에 정차해 생수로 아이를 닦고 옷을 갈아입히며 상황 파악 못 하는 흑염룡에게 소리도 여러 번 질렀지만 그래도 더 큰 사고 안 나고 무사히 돌아와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