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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금과 소비재

이래저래 논란 속에 도입된 놀금. 첫 달은 두 번 다 일을 했다. 평일에 휴가를 내야 하는 일정이 있었고 그 달 안에 끝내야 하는 일이 있었다. 주말근무 했을 상황을 놀금 근무로 막았으니 다행이랄까. 놀금에 혼자 일을 하니 아무도 나한테 말을 걸지 않고 회의도 없어 집중이 잘 되고 진도도 쭉 쭉 빠져서 정말 좋았다. 토요일에 혼자 출근하며 느끼던 차분함이 겹치며 놀금 근무에 거부감은 없었으나, 동료들에게 부담을 주는 것 같아 8월 첫 놀금은 쉬었다. 아이의 방학이다. 자율을 주면 방치하는 것 같고, 관리를 해주자니 가혹한 것 같고, 재택근무라 해도 얼굴도 제대로 못 보니 늘 미안한 부채 의식을 치워버리고 싶었다. 신랑과 직장 동료들에게 추천 받은 남돌비, 영화 한산, 명당이라는 H열에서 거북선의 해상 전..

나는 커서 내가 됐다.

웹서핑 중에 유머 글로, 너는 커서 뭐든지 될 수 있어 하는 말에 이모는 커서 뭐가 됐어? 라는 답이 돌아왔다는 조카 크레파스 글을 보고 웃다가 나도 클 만큼 컸는데, 커서 뭐가 됐나 생각해봤다. 직장인. 엄마. 아내. ... 삼십대 초반에 동창 친구 하나가 술마시다 “중학교 때의 너는 나중에 커서 대단한 사람이 될 것 같았어. 근데 대학 가서 졸업하고 회사 다니고 결혼하고 아기낳고 살고 있구나. 생각보다 평범한 인생을 살고 있는 것 같아.” 라고 이야기한 적이 있다. 중학교 때 내가 그 친구에게는 그렇게 보였구나 재미있으면서, 평범하게 사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데 라는 위화감이 동시에 들었었다. 어디선가 송곳같이 뛰어나가고 싶어도, 일상을 지키기 위해 쏟아붓는 인내와 노력의 양이 만만치 않다. 자라서 ..

유품

재택근무를 위해 옷방을 치우고 근무 공간을 만들어두었다. 모니터 받침대 위, 큰애와 작은애가 만들어 선물한 물건과 편지 옆에 보라색 리본이 달린 작은 종이 상자가 있다. 언젠가, 일산에 갔는데 어머니께서 조용히 안방으로 부르셔서는 손에 쥐어주셨다. 그 즈음에 무엇인가를 선물해 드렸었다. 니가 해 준 것들이 고마워서 너만 특별히 주는 거라고, 종로에 다니시다가 생각이 나서 사셨다고 주셨다. 작은 큐빅 이십여개가 꽃 모양으로 세공되어 있는 로즈골드 링 귀걸이었다. 당시 어린 아들과 내 귀의 안전을 위해 귀걸이는 못 하고 있던 시기라 곱게 넣어두었다가, 어머니 돌아가신 뒤 서랍 정리를 하다가 다시 찾았다. 애들이 커서 내 귀를 잡아당기지 않기 때문에 귀걸이를 해도 되지만, 이제는 혹시나 귀걸이가 망가질까봐 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