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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품

재택근무를 위해 옷방을 치우고 근무 공간을 만들어두었다. 모니터 받침대 위, 큰애와 작은애가 만들어 선물한 물건과 편지 옆에 보라색 리본이 달린 작은 종이 상자가 있다. 언젠가, 일산에 갔는데 어머니께서 조용히 안방으로 부르셔서는 손에 쥐어주셨다. 그 즈음에 무엇인가를 선물해 드렸었다. 니가 해 준 것들이 고마워서 너만 특별히 주는 거라고, 종로에 다니시다가 생각이 나서 사셨다고 주셨다. 작은 큐빅 이십여개가 꽃 모양으로 세공되어 있는 로즈골드 링 귀걸이었다. 당시 어린 아들과 내 귀의 안전을 위해 귀걸이는 못 하고 있던 시기라 곱게 넣어두었다가, 어머니 돌아가신 뒤 서랍 정리를 하다가 다시 찾았다. 애들이 커서 내 귀를 잡아당기지 않기 때문에 귀걸이를 해도 되지만, 이제는 혹시나 귀걸이가 망가질까봐 잠..

플레이샵

코로나로 2020년 초반 재택에 들어간 뒤로 회식 워크샵 없이, 점심도 같이 안 먹던 시간들을 지나, 2년 반 만에 플레이샵을 빌미로 차도 마시고 식사도 하고 술도 마시고 정성으로 준비해 준 레크레이션 퀴즈프로그램도 즐기고 볼링도 치고, 원데이 클래스 꽃 체험을 하고 소수인 여자 동료들에게는 사비로 미니 꽃다발 선물도 했다 오랜만에 차 없이 판교역까지 가다보니 굽이굽이 온 동네를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 당황도 했지만 화상으로만 만나던 친구들과 오프라인으로 첫 만남도 가지고 가깝던 사람들과 오랜만에 대화도 나누다보니 늘 이렇게 살았던 것처럼 익숙하고 편안했다. 앞으로도 계속 재택 근무를 하고 회사는 잘 나가지 않을 것이지만... 상황에 따라 종종 회식도 하고 워크샵도 할 수 있겠다. 정말 이제 사회적인 일상..

오히려 좋아.

미래는 예측 불가능하기 때문에 현재의 상황이 앞으로도 지속 가능하다는 보장이 없다. 이득을 더 얻기 위해 혹은 충동으로 변화를 꾀하는 것보다 못 견디겠는 것이 아니라면 지속하는 것에 더 큰 의미를 둔다. 이러한 생각들은 구불구불한 길을 돌아봤을 때 많은 것들을 이뤘기 때문인지도. 결과론적으로 나는 지금 괜찮으니. 머무르고 지속했던 선택들을 합리화하고 있는지도 모르지만. 순간 순간 최악이라 생각했던 것들도 놓지 않고 버티다보면, ‘오히려 좋은’ 상황을 만나게 된다. 크고 작은 돌부리들에 멈칫하고 넘어졌기 때문에 태풍을 피하고, 지름길과 오솔길을 발견할 수 있었으리라. 더 잘하려, 더 열심히 하지 않아도 된다. 할 수 있는 것들을 할 수 있는 만큼 한다. 작은 즐거움과 보람에 집중해서 기쁨을 찾는다 예상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