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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은 힘들다.

아빠에게는 절대 김밥만을 요구하던 아이가, 아빠 출장으로 엄마가 만들어야 한다고 하니 김밥을 포기했다. 정말 잘 만들어주고 싶어서 몇 주 전부터 메뉴를 고민하고 장을 보고 전날에 재료 다듬고 초벌 구이 하고 예약취사 걸었다. 새벽 다섯 시부터 한 시간 반 동안 만들고 7시에 아이들 깨워 등원 등교 시키고 체력이 고갈됐다. 두통에 어지러워서 잠시 눈을 붙이느라 오프도 냈다. 3년 만의 현장학습 준비을 잘 해주고 싶었다. 김밥은 못 싸줘도 도시락을 부족함 없이 챙겨주고 싶었다. 긴장하고 집중해서 어깨가 아팠다. 지나고 나니 뭘 그렇게까지 곤두서 있었나 싶다. 다시 하면 그렇게까지 힘들지는 않을 것 같다. 뭐든 처음이 힘들다. 지난 주말 사건도, 그 후의 여파 역시 비슷한 종류를 겪어본 적 있기에 침착했다. ..

벙개.

초과근무가 쌓이니, 말일은 오프하고 싶어졌다. 일을 해도 되지만, 오프를 내도 딱히 할 일이 없었다. 화상 회의에 우연히 모인 멤버들에 애정이 있었고 2-3년 정도 같이 식사도 제대로 하지 못한 게 생각나 내일 낮에 근무 째고 낮술 어때? 하고 제안했다. 11시에 만나서, 19시에 헤어졌다. 해산물과 감튀에 맥주도 마시고 쿠키에 커피도 마셨다. 코로나 이후에 입사한 신입이도 있었고 장기간 협업하며 티키타카가 잘 맞는 동료도 있었다. 그 긴 시간 할 말, 들을 말이 참 많았다. 한 시간 정도 걸어서 귀가하는 길은 시원해서 좋았다. 낮에 보지 않았던 업무 상황들을 응대하고 정리하며 10월의 회의 일정을 정리하다 발견했는데, 몇 친구는 업무시간 초과로 오프한 게 아니라, 벙개에 참석하기 위해 휴가를 쓴 거였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