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상념의 문서화 281

욕심을 제어하는 법.

기대와 다른 결과를 보면 마음이 불편한 경우가 많다. 기대한 내가 잘못 이려니 해도, 반복되는 생각에 잠식되며 마음은 제어할 수 없다는 걸 받아들이고 있다. 바라는 것 갖고 싶은 것 이루고 싶은 것 수십가지 적어놓고 우선 순위에 동그라미를 친다. 정말 중요한 것들에 이상이 없다면, 보너스는 드렁칡인거다. 분노하고 서운할 때 있지만, 조심 조심 되세긴다 생채기 여러 군데 긁혔지만, 품고 있는 건 지켰노라. 너는 내게 중요하지 않다. 중심이 뭔지 잊지 않고 한 발자국씩 걷다보면, 결국 다 지나간다. 몰아치던 혹독한 것들도 지나고 나면 내 삶에 한줌도 안 되는 것들이더라.

냉장고

근무시간이 많이 오버되는 것 같아 오전에 두 시간 오프하고 산책을 다녀왔다. 샤워 후 식사를 하고 냉장고를 열었는데 문득 그 내용물들이 눈에 들어왔다. 우유, 커피, 주스, 탄산수, 샌드위치 용 스프레드 여러 개, 흑당시럽, 생크림 스프레이, 초코크림 스프레이, 생선 용 고추냉이, 육류 용 고추냉이, 각종 소스들. 식사에 필수가 아닌 식자재가 다양하게도 들어 있었다. 학창 시절, 친구네 집 식탁 위에 늘 있던 캘리포니아 산 호두가 부의 상징 처럼 느껴지고 참 부럽고, 탐이 나고 그랬었는데, 우리 애들은 먹을 걸로 친구 집을 부러워하지는 않겠구나 싶으니까 제법 성공한 삶 같은거다. 가진 걸 하찮게 여기고 나를 작게 느끼고 스스로를 부족하다 여기고 못 하고 있는 것만 심각하게 느끼는 증상이 냉장고 덕분에, ..

재택근무 7개월 째.

중간에 회사 정책이 전면 출근으로 바뀌면서, 혼자만 재택을 유지하기 어려워, 출근일을 늘리며 고민하고 있던 찰나, 다시 사회적 거리두기 2.5 단계가 되며 전사 원격 근무로 전환되었다. 그래서, 7개월째 재택근무 중이다. 아이들 방에 책상 두 개를 나란히 두고, 오전에 온라인 수업할 때는 큰 애를 옆에 두고 있으나, 가능하면 얼른 애를 놀라고 내쫓고 혼자 일하곤 한다. 아침에 부모님께서 일찍 와주셔서 아이들 끼니 챙겨주시는 덕에, 낮에는 그냥 방콕 열일 모드로 지낸다. 아이 병원 진료로 휴가를 쓰지 않아도 되는 것은 분명한 장점이다. 점심 시간에 애 데리고 동네 소아과 다녀와도 30분이면 충분하다. 작은 애는 어쩌다 농가진이 생겼는데, 항생제 먹여 다 치료해놓으면 재발하고 또 재발해서 벌써 세 번째를 치..

마음의 치료.

나이 들어 몸은 점점 이상신호가 많아지는데 마음은 오히려 점점 건강해지고 있다. 간혹 보이지 않는 좁은 협곡 사이로 까맣게 추락하곤 한다. 어릴 때는 세상이 이런 건가 무섭고 도망치고 싶었는데 지금은 뇌의 어떤 호르몬이 정신 질환을 일으키는 건가 심리학 문헌들을 뒤적이며 일치하는 증상을 찾고 있다. 토요일 오전에 아들 셋이 파란 차를 타고 시댁으로 떠난 뒤 증상이 심각해지는 것을 자각하고 눈과 귀와 입에 달달한 것들을 쏟아 부으며 손가락으로는 심리학 용어와 증상들을 필사했다. 모르기에 두려운 것일 뿐, 알게 되는 순간 문제는 작아진다. 공감가는 구절을 보며 사이비 진단을 하다 보니 해가 뜨고 부족한 수면에도 불구하고 마음은 훨씬 나아졌다. 내 안의 어린아이가 아직 남아 있다. 그 아이를 많이 인정하고 끌..

끌고 나가는 중.

최근에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다. 어른이 되었다. 내려놓을 수 없는 삶의 무게를 실감한다. 부모님과 아이들의 평화로운 일상을 지켜내야 한다는 게 가장 큰 명제고 힘의 근원이다. 그러다보니 현실을 보고, 자꾸 타협하게 된다. 난관에 봉착했을 때 자꾸 현실을 미화하려 애쓰고, 이만하면 괜찮지 되뇌인다. 거의 매일 저녁, 시어머니와 전화 통화를 한다. 긴 통화를 하기 위해서 알뜰폰 음성통화 무제한 요금제로 변경했다.. 아이들 이야기, 신랑 흉, 사회 지면 이야기, 회사 생활 이야기 이런 저런 푸념을 하면, 어머니께서 위로해주시고 응원해주신다. 신랑에게 서운한 기분이 들어도, 어머니를 생각하면 넘어갈 수 밖에 없다. 아들이라 생각하면 세상 최고 훌륭한 잘 커준 아들이다. 우리 어머니 아들한테 내가 잘 해 주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