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다.
어른이 되었다.
내려놓을 수 없는 삶의 무게를 실감한다.
부모님과 아이들의 평화로운 일상을 지켜내야 한다는 게 가장 큰 명제고 힘의 근원이다.
그러다보니 현실을 보고, 자꾸 타협하게 된다.
난관에 봉착했을 때 자꾸 현실을 미화하려 애쓰고, 이만하면 괜찮지 되뇌인다.
거의 매일 저녁, 시어머니와 전화 통화를 한다.
긴 통화를 하기 위해서 알뜰폰 음성통화 무제한 요금제로 변경했다..
아이들 이야기, 신랑 흉, 사회 지면 이야기, 회사 생활 이야기
이런 저런 푸념을 하면, 어머니께서 위로해주시고 응원해주신다.
신랑에게 서운한 기분이 들어도, 어머니를 생각하면 넘어갈 수 밖에 없다.
아들이라 생각하면 세상 최고 훌륭한 잘 커준 아들이다.
우리 어머니 아들한테 내가 잘 해 주어야 하지 않겠나.
"남자는 여자가 조금만 비위 맞춰주면 잘 해. 근데 그 비위를 맞추기가 싫지. 나도 늬 아버지한테 그런데 뭘."
우리 어머니 말씀이 내 마음과 똑같다.
내가 요령껏 잘 하면 되는데, 그 그 기교를 부릴 마음이 들지 않는다.
지금까지 잘 해왔는데, 하고 싶지 않다. 그러니 그 역시 그러하겠지.
사실 요즘 삐꺽대는 것은 그의 문제가 아니라.
삶의 무게를 짊어진 내 마음에 여유가 없는 것이 제일 큰 원인일 것이고.
같은 짐을 짊어진 그의 마음에 생채기가 많아서이리라.
회복 반탄력이 많이 떨어진 것을 느끼고
슬프지만,
가만히 있게 된다.
아들이라면 가서 먼저 안아주고 뽀뽀해주겠지만, 그는 남편이라 그런가보다.
생각을 하면 참 짠하다.
결국 그도 중학생 때 정신의 성장이 멈춘 아이일 뿐인데,
모든 남자에게 엄마가 필요하다는데,
세 아들의 엄마라고 스스로 자꾸 주입하고 있는데, 잘 되지 않는다.
나도
우리 아빠 딸에 불과하거든.
최근 코로나로 인한 의료 사각지대에 들어가 있었다.
신랑의 정신과 몸에 쌓인 피로가 터졌는지, 고열의 기침을 동반한 감기몸살 증상이 나타났다.
지역 모든 병원은 호흡기 증상 환자를 거부했다.
1339 와 선별 진료소 역시 아직 코로나 검사할 단계는 아닌 것 같다며 지켜보자고 했다.
화장실 딸린 안방으로 그는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고령에 기저질환이 있으신 부모님들은 출입 엄금 하고,
아픈 신랑 밥 챙기고, 세탁물과 식기를 따로 관리하며,
아이들과 놀아주고, 삼시세끼 간식 챙기고 집안일 했다.
어쨌든 맡은 일이 있는 사회인인지라,
하고 있는 일에 구멍을 만들 수는 없으니,
다 재우고 새벽에 일하고, 낮에 아이들 티비 틀어주고 화상회의 했다.
아 이러다 정말 내 몸이 부서지겠구나 싶은 순간
코로나 음성 판정이 나오고, 또 한바탕 큰 소란이 일어나고,
엉엉 울고, 지금은 뭔가, 잘 덮어둔 기분이다.
어릴 때는 뭐든지 파고들어서 근원까지 다 해집어 해결해야 하는 성격이었는데,
이제는 기력이 없어서 그런지, 알고 싶지 않은 게 많아졌다.
관심이 없는 게 아니라, 파고들어가 공감하며 감정이 휘둘리며 진이 빠지는 게 무섭다.
중요한 것은 체력이다. HP, MP를 깎아먹는 일은 최대한 피한다.
현실도피도 종종 한다.
하지만 아이가 나를 찾는데, 할 수 있는 도피란 늘 짧고 한정적이다.
일탈은 할 수가 없다. 부메랑을 온 가족이 맞기 때문에, 전선을 지켜야 한다.
생각해보면, 10대부터 늘 이런 마음가짐으로 살아왔다.
어떻게든 열심히 차곡 차곡 쌓아올려 그 위에서 숨 돌리고,
담벼락 잘 다져서 그 안에 가족의 쉼터를 만들어 놓았으니
비바람에 틈새가 무너져도, 잘 수리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어떻게든 끌고 나간다.
잘 해왔듯이. 늘 그랬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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