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상념의 문서화

마음의 치료.

LEEHK 2020. 5. 24. 15:15
나이 들어 몸은 점점 이상신호가 많아지는데
마음은 오히려 점점 건강해지고 있다.


간혹 보이지 않는 좁은 협곡 사이로 까맣게 추락하곤 한다.
어릴 때는 세상이 이런 건가 무섭고 도망치고 싶었는데
지금은 뇌의 어떤 호르몬이 정신 질환을 일으키는 건가
심리학 문헌들을 뒤적이며 일치하는 증상을 찾고 있다.


토요일 오전에 아들 셋이 파란 차를 타고 시댁으로 떠난 뒤
증상이 심각해지는 것을 자각하고
눈과 귀와 입에 달달한 것들을 쏟아 부으며
손가락으로는 심리학 용어와 증상들을 필사했다.
모르기에 두려운 것일 뿐, 알게 되는 순간 문제는 작아진다.
공감가는 구절을 보며 사이비 진단을 하다 보니 해가 뜨고
부족한 수면에도 불구하고 마음은 훨씬 나아졌다.


내 안의 어린아이가 아직 남아 있다.
그 아이를 많이 인정하고 끌어안아 주어
상당히 안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이따금 다시 뛰어나와 지배력을 발휘한다.
어떤 것들이 트리거링 포인트인지
무엇이 널 아직 잡고 있는지 계속 바라보며 생각한다.


물론 부족한 것 많고 좌충우돌하며 시행착오 많았지만
그래도 잘 해내온 것들을 빼곡히 적어가며
스스로를 칭찬하고 인정하는 연습을 하고 있다.
내가 나를 사랑하는 일을 내 온전한 힘으로 할 수 있어야
이 고질병을 물처럼 흘려보낼 수 있을텐데.


그래도 지난 삶 중에, 지금이 제일 정신적으로 건강하다.
어리고 예쁜 몸에 그 때의 정신상태 와
노화가 진행되는 지금 몸에 지금의 정신 중
하나만 고르라면

단언코 지금이 낫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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