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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감기를 치료하는 귤 꽃.

얼마 전, 사고가 비정상적으로 돌아가는 마음의 감기가 왔다. 아이들 챙기며 기다려주던 신랑이 해줄 거 없냐고 묻기에, 수면 부족과 두통이 나아질까 싶어 귤을 까달라고 부탁했다. 소파에 누워있는데 들려오는 신랑의 다급한 목소리. 자기야 빨리 먹어. 애들이 자꾸 집어 먹어서 없어진다! 애들도 먹고 나도 먹고 뭐 어때 하면서 식탁에 다가가 보니 자꾸 이가 빠지고 채워지는 귤 꽃이 피어 있었다. 놓은 모양이 예쁘니 한동안 귤 안 먹던 애들이 자꾸 집어먹고 신랑은 모양을 완성해서 주고 싶어서 다시 채워넣고 그 긴박한 순간이, 일상이, 감사하고 소중해서 웃음이 났다.

가을을 멀리서 보면 봄

다시 무기한 재택 근무가 시작됐다. 점심에 시간을 붙여 오프하고 혼자 산책을 다녀왔는데 시력이 나쁜 눈으로 흐릿하게 보니 개나리처럼 보이는 노란색이 가득했다. 가까이서 보면 거뭇하게 시든 잎이지만. 햇볕 아래 멀리서 보니 참 예뻤다. 겨울을 앞둔 가을이지만 햇살 아래 봄처럼 빛나는 날이 있다. 편찮으신 우리 어머니 생각이 났다. 시들시들하게 느껴지는 내 삶도 멀리서 보면 저렇게 예뻐 보일 수도 있겠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