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사고가 비정상적으로 돌아가는 마음의 감기가 왔다.
아이들 챙기며 기다려주던 신랑이 해줄 거 없냐고 묻기에,
수면 부족과 두통이 나아질까 싶어 귤을 까달라고 부탁했다.
소파에 누워있는데 들려오는 신랑의 다급한 목소리.
자기야 빨리 먹어. 애들이 자꾸 집어 먹어서 없어진다!
애들도 먹고 나도 먹고 뭐 어때 하면서 식탁에 다가가 보니
자꾸 이가 빠지고 채워지는 귤 꽃이 피어 있었다.
놓은 모양이 예쁘니 한동안 귤 안 먹던 애들이 자꾸 집어먹고
신랑은 모양을 완성해서 주고 싶어서 다시 채워넣고
그 긴박한 순간이, 일상이, 감사하고 소중해서 웃음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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