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는 여러 번 훈육해도 고쳐지지 않는 나쁜 버릇이 있다. 내 기준에 꽤나 심각한 것인데, 말로도 타이르고 엉덩이도 때려보고 여러 번 했는데. 오늘 저녁에 또 그랬다.
성질이 욱 하고 치밀어 올랐지만, 때리고 싶지는 않아서, 엄마는 너무 아프다 속상하다고 이야기를 하고 그러지 말자 타이르고, 아이는 미안하다고 울고 한바탕 정리를 하는 중에 다시 또 그러는 걸 보고, 혼자 있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아빠랑 들어가 자라고, 엄마는 이따가 잘거라고. 오늘 네가 말을 안 들어서 같이 자지 않을 거라고 하니, 아이는 통곡하고, 옆에서 눈치보고 있던 큰애가 말한다.
“엄마, 차라리 때려. 지금 엄마의 그 말은 쿡 찌르는 것 같아. 내가 애기 때 기억이 있어서 아는데, 애기는 엄마 뱃속에서부터 엄마랑 늘 같이 있어서, 엄마 옆에서만 안정이 돼. 나도 엄마가 지금도 늘 필요하단 말이야. 차라리 때리고 잠깐 아픈 게 나아. 아이는 꼭 엄마랑 같이 자야 돼.”
그리고 동생에게. 왜 그랬냐 어쩌다 그랬냐. 어떡하지 하면서 엄마와 동생 사이를 중재하려고 애쓴다.
아이들은 엄마한테 혼나서 불안하고 속상하면 더더욱 엄마 옆에 붙어 있어서 안정하고 싶어한다고 설명하는 큰애의 눈망울에 물기가 맺힌다. 왜 울려고 하냐 물으니 이 상황이 속상하다며 같이 자는 방으로 들어가자 설득한다.
형이 자기 편을 들어주는 것 같자, 둘째가 조금 더 과감히 내 배 위에 올라타며, 엄마 안 들어가면 자기도 여기 있겠다고 달라붙는다. 형아가 있어서 좋단다.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는 이미 여러 번 받은 약속을 또 받고, 둘을 안아 데리고 들어가 재우며, 이 아이들의 묘한 우정에 대해 생각했다. 다섯 살 차이라 위계가 있는 것 같으면서도, 정신연령은 동갑이라 경쟁도 심하지만, 막상 둘 중 하나가 엄마한테 혼나면 다른 하나가 와서 같이 방어하고 편 들어주는 게 웃기다.
일이년 전인가, 큰애를 혼내고 있는데, 더욱 어렸던 둘째가 나한테 와서 박치기를 하며 “형아 혼내지 마!!!” 했던 기억이 난다. ^^
나랑 내 동생이 그렇듯이, 세상 제일 친한 친구로 이 둘이 계속 성장해주면 좋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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