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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이 7세 - 우리 돈 필요해?

일요일에 밀린 일을 하고 있었다. 도저히 평일에 정리할 시간이 없는 23년 업무 성과 정리와 개인별 피드백, 24년 업무 계획 및 리소스 분배. 서울이가 찡찡거리며 들어와 묻는다. “엄마 왜 일요일에 일해? 왜 일요일에 해야 돼?” 일이 많아서~~ 라도 해도 계속 같은 말을 반복해서 묻는다. 차가운 발을 만져달라며 감겨 오는 걸 안아 어루만지며 무의식중에 신랑에게 하는 식으로 대답했다. “엄마 일요일에 일 한 것도 돈 나와~ 괜찮아.” 그러자 아기가 묻는다. “엄마 우리 돈 필요해?” 돈이 필요한 건 아닌데... 필요한 게 맞기도 하고... 수면 양말 신겨 담요 덮어 잠시 안아주니 바로 잠든다. 감기에 약기운에, 엄마 찾아 안아달라고 오는 아기. 잠든 아기 내려놓고 마저 일하러 왔다. 음... 일단은 이..

연민과 두려움.

“나 요즘 인피니트가 좋아.” 라고 말했다. 신랑은 “다행이다. 좋아하는 게 있어서.” 라고 답했다. 그렇게라도 삶에 낙을 가지는 것이 좋다며 남자 아이돌 좋다는 와이프를 한심해하는 것이 아닌 진심으로 축하해주는 따뜻한 표정이었다. 일요일 늦은 오후 함께 산책과 조깅을 하고 오는 길에 친정 들렀다 올테니 먼저 올라가 플스하라고 권했다. 단칼에 거절하더니 단호하게 같이 가자고 한다. 요즘 흉흉한 일이 많아 혼자 가는 것 하지 말라고. 조용한 주택가. 걸어서 10분 미만. 아직 해가 떠 있었다. 곧 알게된 지 20년이 된다. 나도 그에게, 그도 나에게 절대적으로 의지하고 있다. 서로를 안쓰럽게 여기며 연민을 느낀다. 존재에 감사하며, 잃어버릴까 두려워한다. 아포칼립스적인 우울감이 덮쳐오는 시국을 살아내 보자..

3년 만에 재택 종료.

사연과 감정과 이야기가 섞여 어지럽던 순간에도 흘러가는대로 두자. 결국 더 좋은 일이 생길 수도 있다. 마음을 다스리면서도 오르락 내리락 했었는데 막상 나가보니 재미있다. 집과 회사가 가까워서 통근도 그리 어렵지 않고 익숙한 사람 새로운 사람 만나 대화하는 것도 좋고 점심 끼니마다 달라지는 메뉴에 카페 음료도 맛있고 맥북에 스티커 붙이는 과정도 즐거웠고 퇴근 후 운동하는 루틴도 깨지지 않아 안정되었다. 회사 안에서만 일하라는 기조를 받들어 퇴근 후에는 일하지 않게 되니 오히려 업무량이 줄었다. 재택 내내 밤에도 새벽에도 수시로 일하던 걸 그만 두었다. 노트북 가방 짊어지고 다니는 것도 멈추었으니 날 시원해지면 걸어 다닐수도 있으리라. 인생에 나쁜 것만 있지는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