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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이 - 중1

1. 키가 커졌다. 발도 커졌다. 이제 키도 발도 나보다 크다. 겨우 중1에 따라잡힐줄은 ㅜㅜ 2. 신랑이 미국 출장으로 출국한 날, 회사에서 오랜만에 과음을 했다. 위스키에 연태에 해롱거리며 소파에서 잠드는 귓가로 아빠 없는데 혼자 자기 무섭다는 둘째의 칭얼거림과, 어휴 오늘만 같이 자 준다는 큰애의 목소리가 들렸다. 일어나보니 안방에서 둘이 자고 있다. 자기 방에서 문 꼭 닫고 혼자 자는 아이인데… 아빠 없고 엄마 술에 취해 쓰러지니 동생의 보호자 역할을 하는구나. 출근 준비 다 하고 차 키를 들고 일어나는데 이대로 운전하면 음주운전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휴가를 내고 다시 누웠다. 방학이라 늦게 일어난 아이가 엄마 괜찮냐길래 해장라면 끓여줘~~ 하니 가장 예쁜 파와 계란를 넣는다고 말하며 끓여준다..

길가에서.

한동안 벼랑 끝이라 생각했었던 것 같은데 폭풍우 사이 평온한 수면에 누웠다가 한숨이 나와 주변을 둘러보니, 길가였다. 길 밖으로 나가도 죽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굳이 이 길 하나만 있는 것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중간에 있고 싶은 것은 들꽃이 흔들리고 시원한 바람이 귓가를 스치는 찰나의 기분 좋은 감각을 이미 알아버려서 이것들을 놓고 살 수 있을까 싶어서.

람이 - 초졸. 사랑과 확신만 주자.

아이가 초등학교를 졸업했다. 중학교 교복을 맞췄다. 모바일 디바이스의 유혹을 이기기 어려워하며 공부는 하기 싫지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혼내고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너그럽게 감싸주고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모른척해야 방치가 아닌 부드러운 훈육이 되는 걸까. 결정과 통보, 처분, 때로는 넘어가기. 선과 선을 타는 것이 어렵지만. 그래도 사랑과 애정표현, 몸과 마음의 스킨쉽은 유지하려 한다. 계속 아이와 사이 좋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