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상념의 문서화

그럼 우린 뭐 먹고 살아.

LEEHK 2014. 7. 3. 01:28

일이 재미있는가는 정말 중요한 요소다. 원하는 일만 하고 살 수는 없다는 건 물론 안다.

이럴 때 단어의 정의가 무척 중요한데, 나에게 재미있다는 의미는 몰입해서 일할 수 있는 것이라는 의미다.

몰입해서 일할 때 미친듯이 괴롭기도 하고, 죽도록 바쁘기도 하고, 고민 때문에 잠도 못 잘 때도 있지만, 그래도 보람은 있고, 다 해놓고 돌아보면 뿌듯하고 자랑스럽다.

동기부여를 받고, 오너십을 가지고 완성도를 향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새로운 접근법은 뭐가 있을까 고민하는 과정 속에서 충만함을 느낀다.

그게 재미있는 일이고, 평생 재미있는 일만 할거다.

 

끊임없이 고민하고 체크한다. 지금 재미있는가. 재미있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재미없는 일을 재미있게 만들려면 어떤 사고의 전환이 필요한가. 뭘 맺고 뭘 끊어야 하는가.

가장 중요한 건 지금 상태가 재미있어지는 것이다. 일도 장소도 상황도 사람도. 모두 중요하다. 가장 먼저 스스로 마음과 자세을 바꾸는 시도를 한다. 일단 수신의 범위 안에서 노력해본다. 그런데 그것만으로 부족한 것 같고, 삭혀 없애려 노력해도 몇 가지 의문이 사라지지 않는다면, 입 밖으로 생각을 꺼내어 말한다. 대화 속에 듣고 말하고 정리한다.

 

 

요 며칠 회사에서 이런 이야기를 몇 명에게 했다. 특히 오늘은 들어주던 분들께 좀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세상 다 불쌍한 사람들 투성이인데, 이 와중에 나까지 배려해달라고 하는 기분이라, 말하지 말고 좀 더 혼자 소화해볼걸 싶은 작은 후회도 있었다. 쏟아지는 폭우에 뒤늦게 집에 와서 신랑에게 말했다.

 

"나 일 확 그만둘까."

물론 농담조의 푸념이었다. 하지만 일 초의 망설임도 없이 신랑이 즉각 대답했다.

 

"그럼 우린 뭐 먹고 살아."

 

 

 

 

우리 신랑은 나를 보험처럼 생각한다. 본인은 언제 그만둘 지 모르니, 아내가 평생 벌 거라는 걸 큰 위안으로 삼아, 본인의 로망인 셔터맨 인생을 꿈꾸며 스트레스 해소를 하는 것 같다. 일 그만 둘 생각은 추호도 없으니 "그래 때려쳐!!" 라고 답해주면 더 좋았을텐데... 넌 점수 깎였다. ㅜㅜㅜㅜ 신랑 힘들다 할 때마다 외쳐왔다. "때려쳐!! 내가 먹여살릴게!!" 너무 자주 말했나 싶기도 하고. ㅎㅎㅎ

 

 

 

여차저차, 그래서 나는 가족을 굶길 수 없다는 가장의 마인드로, 계속 일할거고, 계속 일하기 위해 재미있는 일을 찾아다닐거다. 재미있고 싶다. 오래 일할 수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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