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나 자동차 전용도로가 막히지 않을 때는 창문을 활짝 열고 음악을 크게 들으며 달린다. 바람이 강하게 불어 머리카락이 흩날리기에 꼭 묶고, 선팅된 창문을 내리고 보는 사이드 미러에 비치는 뒷차의 헤드라이트가 눈부셔 눈을 가느다랗게 뜬다. 바람이 크게 주위를 돌고, 차 밖에도 차 안에도 커다란 소리가 난다. 가슴이 좀 후련하다.
왜일까. 뭘 하지 못해서 심술이 난걸까. 어떤 욕구가 채워지지 않은 것인가 계속 생각하다 문득, 스토리텔링 본능이 있다고 생각이 들었다. 공부를 해도 일을 해도 그것이 하나의 완성된 이야기가 되어야 만족스럽다. 일차적으로 스스로 만족해야 한다. 드라마틱하거나 완결된 이야기가 되어야 보람을 느낀다. 대충 쓰거나, 도중에 중단되거나, 용두사미가 되는 것은 싫다. 이야기를 일필휘지로 써내려가려면 자료 수집이 중요하다. 글감을 모으고 다듬어, 논리적인 헛점이 없나 면밀히 검토하며 전체적인 개요를 짠다. 생각을 많이 한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둔다. 다각도에서 검토한다. 하나하나 가지치기를 하며 다듬는다. 쓰고 싶은 욕구가 차올랐을 때, 순식간에 써내려간다. 그걸 못해서 심술이 난걸까. 글감이 고갈되었는데 영감을 얻지 못하고 대본소 용으로 찍어내는 기분인가. 다 써놨는데 출판을 못 하고 있는걸까. 책을 쓰는 게 아니라 만들고 있는건가.
창문을 열고 달리면, 닫고 달릴 때보다 훨씬 위협적이다. 주변에 쌩~ 하고 달리는 차들도 더 가깝게 느껴진다. 생각없이 슝슝 지나갔을 만한 간격을 꺼리게 된다. 창문 안에서 보호 받으면 안온하되, 낙관적으로 방심할 수 있다. 때로는 날 것을 그대로 접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나 > 상념의 문서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럼 우린 뭐 먹고 살아. (0) | 2014.07.03 |
---|---|
지금. (0) | 2014.06.27 |
어려울 때 바닥이 드러난다. (0) | 2014.06.18 |
상처 치유. (0) | 2014.06.10 |
안식휴가 종료. (0) | 2014.06.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