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상념의 문서화

상처 치유.

LEEHK 2014. 6. 10. 21:18

1. 펭귄은 나와 같았다. 예민한 기질의 아이가 둔감하게 살아가려 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같다. 그런데 삶을 대하는 자세가 달라지며 십년 뒤 현재가 달라졌다.

펭귄은 마찰이 될만한 일은 피하며 조심성있게 깃털처럼 즐겁게 살았다. 그래서 펭귄의 삶은 좁고 안정적이다. 주변인과 갈등이 있을 때 가장 괴로워하기 때문에 최대한 위험 요소를 피하려 한다.

나는 많이 도전하고 계속 상처받고 부끄러워하면서도 감정을 추스리려 피나게 노력했다. 덕분에 삶의 범위가 넓다. 감정 컨트롤이 안될 때 원인 파악을 하려 애쓰며 기복이 심해지지만, 주변 사람들에게는 기대가 크지 않기에 휘둘리지도 않는다.

2. 여행을 다녀오며, 삶은 복잡하지 않고 간단하다는 걸 실감했다. 멀리 떨어져 바라보면 굵직한 가지만 보인다. 이파리 한두개 부족한 건 정말 아무것도 아니다.

3. 세상에 백가지 다 좋을 수는 없다. 몇 몇 개는 항상 삐꾸나기 마련이다. 그 어디에도 천국은 없다. 점진적인 개선만이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다.

 

 

위 세 가지로 마음을 다스리며, 기록으로 남긴다.

 

복귀한 지 이틀만에 두 가지 작은 사건이 있었다. 직후에는 굉장히 마음이 상했다. 하지만 확실히 마음을 수습해서 스스로 다독여내는 요령이 늘었다. 회복 속도도 빨라지고, 대처 방안도 쉽게 정리된다. 중요한 일인가 아닌가 생각해보면 별 거 아닌 일에 내가 예민하기 때문에 감정 동요를 느끼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럼 해법은 하나다. 안 부딪치면 되지 뭐. 상황이 삐꾸같다면, 내가 좀 더 잘하면 된다.

 

사고는 치명적이지 않다. 깨달음이 중요할 뿐이다. 마찰이 싫으면 피하면 된다. 거리재기는 학습이 필요한 과정이다. 즐거움과 힘듦이 짝으로 붙어다닌다면, 즐거움을 포기하기 싫으니 덜 힘들게 연습하는 수 밖에 없다. 긁힘에 예민한 만큼, 사소한 일에도 무척 기뻐진다. 이러한 시행착오를 거쳐 나는 점점 더 멋져질거다. 상처에는 더 굳건해지고 둔감해지지만, 작은 것들에 감사하고 행복해하는 것은 유지함으로써 삶을 재미나게 채워나갈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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