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는 아무렇지도 않았던 것들이 견딜 수 없이 무섭다. 높고 아슬아슬한 곳에 올라가 있으면, 그 곳이 기울어 떨어질까봐, 건물이 무너질까봐 두렵다. 좁고 밀폐된 곳에 있으면 가슴이 답답하고 건물이 무너질까봐 두렵다. 한적한 곳에서 결백한 남자분이랑 둘이 있게 되면 소스라치게 심장이 뛰며 사람 많은 곳으로 나가려 애를 쓰게 된다. 지금 느끼는 게 비이성적인 감정이라는 것도 알고, 머릿속으로는 상황을 냉정하게 판단해 별 일 없을거라 라는 생각한다. 순식간에 상상되는 일이 벌어질 확률이 매우 낮다는 것도 알고 있다. 하지만 그 확률은 0이 아닌 걸 알기에, 하필 오늘일수도 있다는 생각에 깊게 빠져들어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다.
분명히 전에는 두려움이라는 걸 몰랐다. 높은 곳에 바닥이 투명한 전망대를 좋아했고, 오밤중에 술쳐먹고 늦게 귀가해도 별 일 있겠어 하며 가로등 하나뿐인 캄캄한 길을 태연하게 다녔었다. 그런데 이번 여행에서 낯선 감정들에 휘둘리니 참으로 이상하다.
뭐가 바뀐걸까. 예전처럼 몽골 뒷길이나, 인도 길거리를 마음 편히 쏘다닐 수 없을 것 같다. 나쁜 기사를 많이 보아서, 전보다 세상이 무섭다고 알게된걸까. 아이를 낳아서 나 혼자만의 몸이 아니기에 지킬 게 많아서일까. 이번 참담한 사건을 생중계로 몇 주간 지켜보며 재난재해 트라우마가 생긴걸까. 변화보다는 안정을 추구하는 성향이 더 강해졌고, 모험이 편하지 않은 나이가 된걸까.
내일부터는 이박 삼일 차를 렌트하여 이동한다. 펭귄은 면허가 없고, 하루 최대 네다섯 시간을 혼자 운전해야 한다. 운전을 매우 즐기는 편이지만, 낯선 거리에서 또 묘한 병이 도지진 않을런지. 라이트 켜고 차분하게 안전운전 해야겠다. 현지 네비는 택시 타며 보니 다이얼 돌려-_-; 검색하는 방식이다. 함 배워보고 안되면 구글맵스와 데이터 무제한 로밍 고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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