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상념의 문서화

안식휴가 종료.

LEEHK 2014. 6. 9. 02:58

대학 이후 일주일 이상 출근 안 해본 것이 딱 세 번 있다.

 

1. 석사 끝나고 이직할 때 3주 가량. 어머니와 일본 여행 다녀옴.

2. 출산휴가+육아휴직. = 암흑기. ㅜㅜ

3. 안식휴가 3주 (원래는 2주만 썼는데, 연휴가 끼어서 1주 추가.). 크로아티아 2주, 가족과 1주.

 

 

자신을 돌아보는 여행을 보름 하고, 집에 돌아와 지방선거 투표하고-_-v, 양가 가족들께 두루 인사드린 뒤, 신랑과 애틋함을 나누고, 아이와 꼭 붙어있었다.

아이는 종종 "엄마 왜 크로아티아 갔었어?" 라고 물어본다. "더 열심히 살려고. 더 많이 사랑하려고." 라고 대답하는데, 아이는 뭔소리지~ 하는 표정이다. ㅎㅎ

어린이집에 데리러 갈 때마다 둘 다 꺄악거리며 꼭 끌어안아 상봉을 했다. 놀이터에서 놀다가도 람이는 수시로 엄마한테 달려와 뽀뽀하고 꼭 끌어안는다. 나풀나풀 뛰어나갔다가도 다가와 안아주고 다시 세상으로 나아간다. 혼자 할 수 있으면서도 "람이가 아직 작아서 그래. 엄마가 도와줘~" 하며 어리광을 피운다. 엄마는 아빠꺼라는 신랑의 장난에 진심으로 발로 밀고 팔로 잡아당기며 "엄마는 내꺼야!!!!" 하며 포옥 안긴다. 그러면서도 셋이 꼬옥 끌어안는 것을 좋아한다. 엄마랑 아빠가 결혼했다고 하면 울먹이며 자기도 결혼하고 싶다고 말한다. 누구랑 결혼하고 싶어 물으면 엄마 아빠 람이 셋이 했으면 좋겠다고 대답하며 "안아줘~" 한다.

 

요즘 새삼 느끼는거지만, 우리 아들 정말 많이 길어졌다. 귀엽고, 애교 많고, 겁쟁이에 울보다. 잘 웃고, 체육에 소질이 없어보이고;;; 종종 하는 시행착오들을 보면 그리 똑똑한 것 같지는 않지만;;;; 의외의 것들을 잘 기억하고, 손재주와 창의력이 좋다. 부드럽고 따뜻하다. 사랑을 많이 줄 줄 알고, 받을 줄 아는 아이다. 나는 아이를 정말 많이 사랑하고, 아이가 내 옆에 있어주어 행복한 엄마다. 이번 안식휴가에서의 가장 큰 깨달음은, 엄마로서의 시간이 정말 소중히다는 것이다.

 

 

 

여행 도중 슬럼프가 심하게 왔을 무렵, 펭귄이 그랬다. 왠지 낮에 너무 업되어 있다 했다고, 너무 들뜨면 심각하게 가라앉는 거 같다고 적당히 올라가라고 했다. 굉장히 와닿았다. 앞으론 적당히 들뜨고, 적당히 내려가야지. 그래서 적당히 하겠다는 전제를 깔고 말하자면, 내일 출근도 설레이고 기대된다. 엄마와 직장인 역할 균형도 더욱 잘 맞춰 보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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