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중앙시장에서 강릉역까지 25분 동안 스콜처럼 비가 쏟아지다 금방 쨍하고 해가 내리쬐며 습기 가득한 후덥지근함이 덮쳐왔다. 속도를 줄이지 않은 하얀 트럭이 빗웅덩이를 촤악 밟고 달려가며 물이 한바구니 다리에 쏟아졌다. 멈출 수 없다. 발을 재개 날리며 에어컨이 틀어져있을 역을 향했다. 소나기에 젖은 우산을 양산처럼 쓰고 몇 분 걸었더니 표면이 바삭하게 말랐다. 온몸에서 솟아오른 더운 열기가, 온실같은 뜨거운 기류에 둘러싸여 시야가 좁아진다. 지난 새벽에도 잠을 이루지 못하게 괴롭히던 망상같은 상상이, 수시로 떠올라 폐부에서부터 한숨이 세어나오던 그 장면들이 전혀 떠오르지 않았다.연속되던 그 고민들이 문득 어제 일처럼 아득하다. 몸이 편안하면 뇌가 활발하다. 몸이 힘들면 뇌가 멈춘다. 강박이 저 어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