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저에게는 일적으로나 사적으로나 존경하며 따를 수 있는 선배이자 조언자가 되어주시는(이런 역할을 요새는 '멘토'라는 용어로 부르더군요) 수정언니와 민균오빠네 집에 놀러갔습니다. 정말 좋아하는 두 사람이 서로 사랑하여 결혼하게 된다는 소식을 듣고 뛸듯이 기뻐했던 것이 어제 같은데 벌써 2세 만복이가 태어난 지 두 달이 되었습니다. 삼칠일도 지나고 언니도 오빠도 만복이도 보고싶어 드디어 오늘 수박을 사들고 집에 놀러갔습니다. 애인과 사귀던 초기부터 함께 알던 분들이기 때문에 애인도 수정언니와 민균오빠를 참 좋아하고, 언니오빠도 애인을 좋아합니다. 둘 사이에 위기가 되는 사건이 있으면, "복복이한테 왜 그러니, 니가 잘못한거야!" 라고 항상 애인 편을 드시는 두 분입니다 -_-; 실제 같은 분야에서 종사하시기도 하시고, 결혼생활도 행복하게 잘 하시기 때문에 일종의 저에겐 역할 모델이 되어주십니다. 만날 때마다 "어릴 때 빨리 결혼해라"라고 독촉하시기 때문에 애인도 언니오빠네 가는 것을 즐거워 합니다.
1.
만복은 복복과 돌림자(?)인 태명으로 실제 이름인 재인이 입니다. 2007년 3월 27일 생으로, 복복과 제가 놀러가 맥주마시고 축구보며 신나게 놀다 돌아간 날 잉태되었기 때문에 더더욱 각별합니다. ^_^
독특하고 곧바른 사고방식의 언니오빠 덕분에 병원이 아닌 집에서 태어난 재인이는 모유를 먹으며 건강하게 쑥쑥 잘 자라고 있습니다. 옹알이도 하고 방실방실 웃기도 하고 똥대포도 쏩니다.
양 볼이 오동통하니 귀여운 여자아이 입니다 ^_^
손가락도 발가락도 손톱도 발톱도 너무 작고 이뻐서 연신 감탄했습니다.
아래 사진은 제 손과 재인이의 발입니다.
2.
언니오빠네 집에서 족발/보쌈을 시켜먹고, 수박을 잘라 먹으며 애인의 직장생활 애환, 제 미래 설계, 직장생활 이야기, 아기 이야기 등 대화를 한참 나누다가 애인의 차를 이용해 관악산 나들이를 나왔습니다.
원래는 제가 안고 다니려고 했으나 산에 갈 줄 모르고 샌들을 신고 나왔기 때문에 넘어질까봐 애인이 대신 재인이를 품에 안고 다녔습니다. 재인이는 오빠랑 똑닮았는데 웃을 때는 정말 천사 같습니다. 눈이 초승달처럼 휘어지면서 예쁜 입술이 살짝 벌어지는데 홀딱 반해버렸습니다. 생후 두 달 만에 산에 나온 재인이는 산이 좋은지 말똥말똥 눈을 뜨고 중반까지는 깨 있었으나 그 이후로는 계속 잤습니다.
산후 처음으로 이렇게 멀리 나왔다는 언니 오빠가 앞에서 두 손을 잡고 걸어가는 모습이 너무 좋았습니다. 결혼 전 두 분의 연애시절부터 내내 함께했던 저로서는 너무나 익숙한 뒷 모습입니다. 저 둘이 결혼하여 나온 아기가 벌써 옆에 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기쁘고도 신기했습니다.
저 두 분 처럼 사는 것이 부부라면, 분명 결혼은 좋은 것일 겁니다.
3.
관악산 산책 중에 언니가 들려준 이야기가 있습니다. 출산한 산모에게 외할머니가 한마디를 했더니 산모가 펑펑 울었다는데 그 한 마디가 무엇일까 라는 것이었습니다. 그 한 마디란 "너는 이제부터 평생 엄마다." 입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느껴졌을 그 중압감과 과거에 대한 상실감 그리고 미래에 대한 기대감이 동시에 와 닿아 가슴이 아릿해 졌습니다.
사람은 순식간에 부모가 됩니다. 재인이에게 모유를 먹이는 언니의 모습은 참 아름다웠습니다. 내가 보아왔고 익숙해있던 미혼의 언니 오빠가 재인이를 만난 이후 변화했음이 느껴졌습니다. 그 변화란 진통도 있지만 참으로 멋있었습니다. 언니오빠가 재인이와 함께 한 가족이 되어 이뤄나갈 가정이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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