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랫만에 학교에 갔다. 졸업식 즈음에 못 찾아뵈었던 교수님도 찾아뵙고. 오랫만에 선배님들도 만나뵙고, 동기들도 만나고, 후배들과도 만나고, '07학번 신입생도 만나봤다. 아;; 학번 차이 이제 진짜 꽤 나더라;; 집부 준비도 잘 해서 장소도 참 예뻤고, 행사 진행도 매끄러웠고, 다행히 80년대 학번 선배님들도 많이 참석해주셔서 자리가 빛났다.
그리고 무엇보다 감동했던 것은 드럼과 리드기타, 서브기타, 베이스, 보컬이 있는 고스락!!!! 무려 드럼은 학과비 지원으로 구입한 것이라고 한다. ㅠ_ㅠ 고스락 "열라" 멋지구나. 내가 공연했던 그 고스락이 이렇게까지 아름다워질 수 있다니. 진짜 뒤에서 무지 쪽팔리지만 두 손 들어 박수치고 비명지르며 호응해주고, 너무 기쁘고 뿌듯했다. 후배님들한테 정말정말 고마웠다. 아름답더라.
나를 항상 예뻐해주시고 챙겨주시는, 우리 LKS교수님께서는 화성 기아자동차에서 그 막히는 찻길을 뚫고 식사도 안 하시고 2시간 40분을 운전해서 오셨다.
졸업식 때 못 찾아뵌 게 너무 죄송스럽고 아쉬워서, 행사 전 날 전화를 드렸다. "내일 산공인의 밤에 오시죠? 찾아뵙겠습니다." 라고 했더니 또 무언가 상상의 나래를 펼치신 모양이다.
"결혼하니? 오늘 보자고 전화하길래 주례 서 달라고 하려고 하는 줄 알았다"
사실 얼마 전에, 주례를 부탁드린다면 누가 좋을까라고 잠시 생각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른 후보가 LKS교수님이셨는데, (지도교수이신 Jhee교수님도 물론 계시지만 ^^;;) 이게 이심전심인가 싶기도 하고, 내가 벌써, 항상 화제의 제일 앞에 결혼 이야기가 나올 나이가 되었구나 싶기도 했다.
"회사 재미있냐. 다른 회사에서도 오라고 했었는데 아쉽지 않냐."
라는 질문도 하셨었는데, "회사 재미있냐." 라는 질문은 어제 다른 교수님 선배님 동기 후배님들께 도합 열 번도 넘게 들었다. 그런데 그 때마다 "재미있어요!" 라고 자신있게 말하면 다들 "부럽다." "일은 재미있는 게 최고야" "좋은 직장에 다니는 구나" 라면서 기특해하시고, 부러워하고, 함께 기뻐해주더라.
굴지의 기업에서 높은 자리에 서 계신 선배님들, 자신의 사업을 하면서 열심히 살고 계신 선배님들, 모두 멋지고, 참석해주신 게 너무 감사해서, 더더욱 감동스러웠다. (나도 결혼하고 애 낳고도 계속 참석할 거다 ^^ 아마 내 학번 내 동기들은 다 그럴듯~ ㅎㅎ)
보통 복학생이 하는 '학생회장'을 한 학번, 그것도 이제 막 2학년이 된 꼬맹이들이 학생회 집부까지 하면서 진짜 안타까움 서러움, 고생, 서운함, 분노, 보람, 수많은 감정을 느꼈던 우리 학번 동기들은, 아직도 선배님이 오시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서 가서 인사드리고 하더라. (한 학번에서 학생회장이 4명 나오기도 힘들지 ^^) 이번 행사도, 행사 전 날 까지 나에게 행사 안내 전화가 도저히 오지 않아서, "도대체 애들 준비는 제대로 하고 있는걸까!!" 라면서 내내 불안해 했었다. 몸은 학교를 떠났지만, 마음은 아직 그 곳에 남아있어 진행상황도 신경쓰이고, 참석자도 신경쓰이고, 규모나 도시락, 뒷풀이 장소까지 잘 하고 있나 걱정하게 되는 건, 잔소리꾼이어서가 아니라. 내가 예전 행사를 하면서 관련된 서러움과 실패를 겪어봤기 때문일 것이다.
뭐, 하지만, 이번 행사는 정말 매끄럽고 잘 진행 되었고, 재미있었다. 10시에 집에 가려고 생각했으나-_- 역시 정신 못 차리고 새벽 1시 반까지 놀았다. 늦게 퇴근한 애인은 기숙사에서 대기하다가 시간 맞춰 출발해 홍대 앞까지 나를 데리러 와줬다.
화성->홍대앞->성남(우리집)->일산(애인집) 을 운전한 애인이 집에 도착해서 씻고 나니 새벽 3시 16분이더라. 회사에서 혹사당한 애인에게 "차가 끊긴 시간까지 술마시고 놀던 나를 데리러 와 주세요." 라고 요구하는 것은 너무너무 양심없는 짓이기에 정말 하지 않으려 했으나-_-; 술을 한 잔 마시고, 오랫만에 과 사람들과 대화를 하다보니, 이성이 끊기며, 지금까지 한 번도 그런 적 없었으니 이번에는 부탁해도 괜찮지 않을까 라는 결론에까지 도달했다. 사실 택시타고 가려고도 했으나, 애인이 새벽에 술 마신 여자애가 택시타고 집에 가는 걸 보느니, 차라리 자기가 데리러 오겠다고 말을 해 주신 상태였다.
새벽 1시 반, 애인이 홍대 앞 BTB(뒷풀이 장소가 ㅎㅎㅎ)에 도착했다고 전화가 와서, 사람들에게 인사를 하고 화장실을 다녀오니까. 내 동기들이 "형 왔어" 라고 말하더라. 술먹다말고 "화경이 남자친구 오셨다니까 인사하러 가자" 라고 다들 자리를 떨치고 일어나 마중하러 나와주더라. 그 중 "화경이 잘 부탁합니다" 라는 발언까지 나오는 순간, 진짜 너무 상황이 웃긴데, 술 취한 기분에 너무너무 감격적이더라.
피를 나눈 내 남자동기들에게, 애인도 항상 술을 사고 싶어하고 있으나, 그들은 항상 굶주려 있고-_- 술도 너무너무 잘 먹기 때문에, 과연 금전적으로 커버가 가능한가에 대해서 조금 더 심도있게 고민을 한 뒤에 자리를 마련해야 겠다.
어제 "우리가 다 취직한 뒤에 결혼해라. 그래야 부주도 제대로 해 주지" 라고 하던데, 냉장고나 테레비 해주는 걸까? ㅎㅎㅎ
올해 산업공학과 집부 후배님들 너무너무 고맙고, 기특하다. 내가 축제 때 사람 많이 데리고 가서 많이 팔아줄게. 그리고 일일호프 때도 많이 팔아줄게.
존경하는 교수님들과, 좋은 사람들과 만날 수 있는 우리 과에서, 너무나 따뜻한 기분을 느껴, 정말 "마음의 고향"에서 지낼 수 있었던 어제는 정말 행복한 날이었다. ^_^
... 아. 근데. 과가 안 불렀네-_- 나 집에 간 뒤에 나와서 불렀으려나? 축제 가면 과가 부를 수 있으려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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