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5시. 신랑의 기상 알람이 들린다. 출장이라 조금 더 자겠다고 신랑이 다시 눕는 소리와 함께, 일어나야지 하며 방을 나가는 큰 애의 목소리가 겹쳐 들린다.
어제 하교 후 숙제 한다는 아이를 놀자고 꼬여내어 산책하고 돌아다녔다. 엄마랑 놀게 학원도 째자고 했다가 거절당했다.
밤이 되니 그 날 해야 할 숙제를 다 못 끝마쳤는데 너무 졸리다고 괴로워하던 아이가, 다음 날 일찍 일어나 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리고 본인 하루 고생했으니 웹툰 연재 올라온 것 10분만 보고 자겠다고 덧붙였다.)
그래도 그게 오전 5시 일줄은 몰랐다. 마음에 걸려 똑똑 두드려보니 책상에 앉아 열심히 쓰고 있다. 혼자 할래 엄마가 옆에 누워있을까 하니 옆에 있어주는 게 응원 받는 기분이란다.
아이 방 침대에 누워- 형광등이 눈이 부셔 눈을 까맣게 가리고 영문법 물어보는 것에 답을 해주다가, 밥 줄까? 하니 배고프단다.
부엌에 나와 밥솥을 열어보니, 아차차, 어제 예약 취사하는 것을 깜빡했다. 급히 쌀 씻어 밥 올리고 계란 볶고 베이글 구우며 생각했다. 계란이 떨어져가는데 어디서 얼마나 사와야하지... 딸기도 씻을까...
집안과 아이를 충실히 돌보는 일은, 지금까지 해 온 사회활동과 다소 결이 다른 재능과 숙련도를 요구한다. 일이든 집이든 완성도 높은 결과를 원한다면, 그만큼에 상응하는 강도의 노력과 품이 든다. 종류가 다를 뿐 힘든 건 똑같은데 집안일은 무급이다. 이 딜레마에 늘 월급 나오는 생활을 선택하게 된다. 인생은 가성비니까.
아이는 돈에 대한 부분을 제외하면, 엄마가 일하는 것보다 집에서 자신들을 돌보아 주는 것이 4배는 더 좋다고 한다.
하지만 고기를 먹어야 하니 회사 가라고 한다;; 이제 돈과 경제적 자유도에 대해 이해하고 체감하는 나이가 되었다.
일찍 일어난 김에 동생도 데리고 학교 도서관에 들렀다 교실로 가겠다기에, 둘째를 깨우다 정신 못 차리는 아이를 품에 안았다. 무릎 위 품안에, 팔다리 어깨까지 쏘옥 들어온다. 큰애도 이만할 때 있었는데, 그 때 나는 좋은 엄마였을까 짧은 감상에 젖는다.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돌아오는 동안, 간밤의 꿈을 생각했다. 회사에서 일하며 사람들과 언쟁을 했던 것 같다. 일부러 한 달 푹 쉬려 회사 생각을 차단하고 있는데, 어릴 때 살던 집이 꿈에 나오는 것처럼 무의식중에는 늘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휴가 종료일이 정해져 있는 만큼, 현재에 더 충실히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그 과정에 새벽 5시에 일어나 숙제하는 아이를 수발드는 상황이 발생할 줄은 몰랐다. 나는 아침잠이 많아서 그래본 적이 없는 것 같은데, 이 성실함과 의지는 신랑을 닮은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