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애 입학 때 만큼은 아니지만, 둘째의 입학도 굉장히 신경이 곤두서 있다.
환경이 바뀌면 나도 모르던, 혹은 잊고 있던 내 모습을 발견하게 되는데, 새삼 깨닫는 나는 참으로 계획주의자에 완벽주의자다. 사적인 영역은 대충대충 되는대로를 선호하지만, 이것이 공적인 영역이 되면 신경을 곤두세우고 반복적으로 머리 속에서 시뮬레이션을 한다.
열 가지를 계획해서 아홉 가지를 하는데 꼭 한 가지를 놓친다.
그리고 집에 오는 내내 그 한 가지를 자책하는 습성이 있다.
사실 그 한 가지가 크게 중요한 것도 아니고, 아이는 별 생각 없이 모르고 지나칠 수도 있다.
지난 주에는 시간표를 완벽하게 주차별로 짜놓고 햇갈려서 태권도를 못 보낸 거랑, 이번 주는 자고 일어나 뒷머리가 뜬 것을 못 눌러주고 보낸 거다. 진짜 별 거 아닌데 순간적으로 드는 자괴감이 참... 나이들어 뇌 용량이 부족해졌나부터 해서 많이도 파고들어간다.
회사 일은 우선 순위를 두어 쳐낼 것들은 잘도 쳐내는데, 아이의 일은 빼먹지 않고 다 하고 싶은 것이 욕심이다. 전통적인 어머니 상과는 다소 떨어진 삶을 살고 있으니, 가끔씩 한두달 휴가를 내었을 때는 완벽한 어머니가 되고자 하는 욕심과 강박, 부채의식이 있나보다.
그러다 퍼뜩 정신를 차려 본다. 학창시절 시험에서도 공부 해놓고 아는 것도 틀렸었는데, 지금이라고 완벽할쏘냐.
그래도 계획을 잘 세워 아홉 가지나 성공적으로 진행하지 않았나. 가끔 한 두 개는 바람 따라 흘려버려도 괜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