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책, 내 인생의 동반자

아주 오래된 농담 - 박완서

LEEHK 2020. 7. 18. 15:42
아이를 교실에 들여 보내고 복도에서 기다리면서,
아들 셋을 시댁에 보내고 이불 세탁을 돌리며 소파에 앉아,
오랜만에 종이책을 완독했다.


병을 알려주어 투병을 하게 할 것인지, 병을 숨겨 절망을 피하게 할 것인지에 대해 올초에 치열하게 고민 했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결론은 알리는 것이다. 치킨박이 두려움에 내린 결정을 공감하지는 않지만 인정한다. 사람은 선택권이 있어야 한다.
연극에 둘러싸여 비극에 처한 영묘는 결국 영화처럼 탈출하지만, 아빠 같은 의사 오빠, 미국 부자 오빠는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녀의 불행이 비현실적이듯, 결말 역시 비현실적이다.
현금과 수경이 대조적인 인물상처럼 보이지만, 어쨌든 주어진 상황 내에서 주체적인 선택을 한 것이므로 불행해 보이지는 않는다. 가족이 힘이 되지만 짐이 되는 상황에서 어떻게든 현실을 지켜나가고 있는 영빈 만이 불행한 빈껍데기로 보인다.
공허한 자리는 아이들- 생명의 탄생으로만 메꿀 수 있는 것인가. 하지만 그것도 잠시간일 뿐으로, 하나두나 처럼 성장하며 결국 아이들도 본인의 세상을 향해 나아갈 것이다. 결핍을 가지고 자라난 아이들이 충만한 어른이 되려면, 불안정한 상태로 가족까지 지탱하려 하면 안 된다. 충분히 자립하게 되기 전까지는 본인 위주의 삶을 살아야만 하리라. 영준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