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간만에 칼퇴하여 기분 좋게 프듀 막방을 시작했으나,
엑셀 2분 돌려 바로 자막 찍은 듯 한 성의없는 표수 조작과
기획사별 TO 나눠먹기 카르텔에 이미 결론 내어 놓고는
2시간 넘게 절절한 애들 세워놓고 농락하는 거 생방으로 보다가
현타가 왔다. 애써 눈감던 그 업계 현실에 대한 환멸이 올랐다.
표수 생성해서 조작을 할거면 십단위 난수라도 좀 넣던가.
내가 데이터 하는 사람이라 더 빡쳤나 싶으면서도;;;;;
소비자와 종사자에 대한 일말의 존중도 없는 그 행태에
오랜만에 오는 현타를 수습하며 취미에 대해 숙고 중이다.
현생은 일과 가정에 대해 무지막지하게 노력하고 있고,
물리적으로 떨어진 곳에 정기적인 시간을 낼 수 없는 상황이라
애들 재우고 주에 몇 시간, 몸을 눕히고 뇌를 멈추고
눈과 귀만 사용하는 유일한 취미가 무대 영상 보는 건데
저런 판에 상품으로 갈려나가는 애들을 소비하는 게 맞는가.
내 아이는 절대 시키고 싶지 않은 분야에서 다른 부모의 아이들의
오르락 내리락을 시청하고 있는 게 참으로 이중적이더라.
삶은 지극히 현실적이고 무게감과 난이도가 있다.
그 사이 사이 리프레시를 위한 취미의 역할은? 방향은?
취미로 어학을 할까, 수학을 다시 팔까, 텍스트만 팔까.
덕질이 아닌 다른 취미를 잡을까 한다 하였더니
신랑은 하던 가다가 있는데 이제 와서 다른 취미가 끌리겠냐며
겜덕, 축덕, 축협에 현타 와도 축구는 끊을 수 없는 거라며
걍 계속 하던대로 아이돌 덕질 하란다;; 틀린말은 아닌 것 같다.
습관이란 관성이고, 노력 없이 관성에서 벗어날 수 없다.
애들 재운 뒤, 플스 꺼내 열겜하는 신랑 옆에서
습관처럼 폰을 잡아 또 무대영상을 보고 말았다;;
펭귄은 덕질 그만 하고, 글을 쓰라 했다. 본인도 다시 시작한다며.
평소 끼적으며 정리하는 타입이라 기록은 다양하게 늘 하지만,
심력이 휘둘릴 게 뻔한 창조의 영역을 떠올리니 멈칫 하게 된다.
노력은 늘 많이 하기 때문에, 취미에서조차 노력하고 싶진 않달까
노력 하고 싶지 않아 가지는 취미에서 현타가 와서 멘붕이었는데
그 취미를 바꾸려고 노력할 기력이 과연 내 안에 있는가;;; 어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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