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이 되어, 단유했다.
몸이 너무 힘들어서, 살고자 그만 했다.
큰애 때는 출장을 다녀서 아이가 일주일씩 못 만나며 자연스럽게 단유가 진행되었는데, 둘째 때는 출장을 가지도 않고, 가서는 안되는 상황이 되니,
아이가 컨디션에 따라 너무 자주 찾기도 하고, 칭얼거리며 습관처럼 무니까 수면부족에 통증과 온 몸의 마비가 오는 것이며, 일상도 너무 힘들어, 살고자 그만 했다.
신정 연휴 즈음 하루 이틀 찾더니, 젖 먹으려는 시도는 멈췄다.
18개월 즈음부터 아침 저녁 2회 수유 중이었기에, 가슴도 큰 문제 없었다.
단유를 하니 원래도 많이 먹던 밥을 더 많이 먹는다.
두 돌도 안 된 둘째가 8살 형아보다 더 먹는다. ㅜㅜ
뭔가 허전함은 모두 식욕으로 느끼는 것 같다. 정말 어이가 없다...
단유 축하주로 와인 냉장고에서 2년이나 전기세 먹으며 기다린 친구들 중, 가볍게 나파벨리 쪽 와인을 꺼냈다. 한 잔 아주 맛있고 둘째 잔부터 술기운이 확 돌아 독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겨우 8도 와인에 독함을 느끼다니... 2년 만의 음주 맞다. 남은 건 탄산수 듬뿍 섞어 음료처럼 마셨다.
오늘은 생각이 복잡했다. 매일매일 위기인데 그 중 조금 더 핀치에 몰린 느낌이라, 일상이 순탄치 않음에, 가슴 속에 울화가 치미는 느낌이 들었다. 아이들 간신히 재우고, 바로 같이 곯아떨어진 신랑 눕히고, 거실로 나와, 홀린듯이 찬장을 뒤졌다. 와인이나 맥주는 양이 너무 많아, 이럴 땐 독주가 딱이다. 저 안쪽 30년산도 있겠지만, 깊은 장 손이 간신히 닿은 가장 바깥쪽 21년산을 꺼내, 스트레이트 잔에 콸콸 부었다. 한 모금 마시니 기침이 나올 것 같았다. 몸이 술을 낯설어 한다. 반에 반 잔만 부을걸 그랬나, 먹다 남은 술을 어디다 넣어두나 생각하며, 입술을 축이는 만큼만 할짝거리며 이 글을 적다보니, 어느새 가슴이 뜨뜻하고 머리도 이완되는 느낌이 돌기 시작한다. 술은 좋은 것. 한 잔 술에 세상 시름 잊고 오늘 하루도 어떻게 흘러보낸다. 삶의 주도권을 쥐고 가는 시기도 있었지. 지금은 수많은 조류에 이리저리 흔들려 떠밀려 가는 느낌이다. 가라앉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를 젓다보면 도대체 뭐하는 짓거리인가 한숨이 나오기도 하지만, 그래도 뒤를 돌아보면, 꽤나 많이 왔다. 이렇게 정신없이 지나다보면 또 많이 가 있겠지.
수유 끝. 두 해가 넘어가는 금주 기간도 종료.
마음의 허함을 술에 기댈 수 있어, 기댈 곳이 하나 더 늘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