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떠지지 않는 눈으로 알람을 보고, 으아~~ 잠깐 엎드렸다가
벌떡 일어나 아이들을 깨우고 먹이고 씻기고 크림 바르고 입히고
그릇 정리하고 설겆이하고 창문 닫고 불끄고 신발신겨 나와
소몰듯 몰아서 어린이집에 넣고, 간신히 사무실 자리에 앉으면,
"출근에 성공했다!!"
부서를 옮긴 뒤 익숙한듯 능숙하지 않은 일을 차근차근 잡아가며
작은 성취 한걸음씩 진도나가 주간보고 쓸 결과물 만들고
감정이 덜 흔들리게 중심 잡다가, 해가 진 뒤 집에 도착하면
"퇴근에 성공했다!!"
씻을 힘도 없어 한숨쉬다, 샤워부스에 간신히 들어가 먼지 떨어내고
둘째 수유하고, 큰애 안아주고, 어머니 퇴근시켜 드린 뒤,
청소나 빨래나 정리하며, 알림장쓰고 어린이집 가방 싸고
애들 간식 챙겨주고 양치 시키고, 뒹굴며 안아 토닥이다
"재웠다!!"
자정 즈음 간신히 자유시간.
리모컨에 이어폰 끼고 스케치북 보며 산더미같은 빨래를 개고 있다.
:)
늘 그렇듯이, 오늘도 여러가지 많은 것들이 있었다.
경계하지 않았으면 좀 더 감정이 많이 소모되었을 것들을 떨쳐내다,
출근 전 병원에서 받아온 큰애 약봉지까지 두고와
밤길을 달려 찾아오며, 회사와 왕복 이십분 거리임에 감사하다.
욕심 버리고, 문제를 이해하되 이입하지 말고, 객관화하고,
작은 것 하나하나에 감사하고 만족하면, 소박하게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