람이/식품 알레르기와 아토피

두드러기는 힘든 게 아니다.

LEEHK 2017. 7. 2. 23:32

복직 후 세 달 만에 처음하는 저녁 회식이 끝나고 돌아와보니 신랑이 집안 정리 다 해놓고, 애들 사이에서 쓰러져 잠들어있었다. 둘째가 아직 자주 꺠는지라, 편한 자리에 가서 자라고 살짝 깨웠더니, “람이 유시락스 먹었어.” 라고 이야기한다. “왜 많이 긁었어?”, “아니, 놀이터에서 뽕따를 먹었대.”

 

 

 

아…

 

 

 

여차저차 들은 바를 종합해보건데, 늘 조스바나 탱크보이만 먹던 아이가, 뽕따를 보니, 조스바와 탱크보이 섞은 것처럼 보여-_- 먹을 수 있는 거라 답했고, 늘 아이는 똑부러지게 자신이 먹을 수 있다 없다 이야기해왔기 때문에, 할머니도 그럼 먹어~ 라고 두셨다. 달달하니 맛있으니 후다닥 먹다가 자기 손가락 깊이 정도 먹었을 때, 입가가 벌개지고 두드러기가 났단다.

아이스크림 사다주신 친구 이모도 당황하시고, 친구 엄마들도 많이 놀라신 모양인지, 그 뒤로 람이 먹을 수 있는 간식은 뭔지 톡으로 물어봐주신다. ^^;;;

우유나 버터 성분 빵은 괜찮아서, 가열 혹은 발효로 단백질 성분 변형이 된 건 괜찮으니, 올해 우유 경구유발검사를 다시 해봐야지 기대에 부풀어 있었는데, '유청분말'이 들어있는 -_- 뽕따는 안되는 걸 보니, 비가열 식품은 안되나보다. 그럼 생우유가 될리가;;; ㅜㅜ

 

 

 

 

 

다음날 집에 와서. "람아~ 어제 힘든 일 있었다며~" 하며 안아주니

"아니? 힘든 일 없었는데?" 라며 어리둥절해 한다.

할머니께서 놀이터에서 람이 힘든 일 있었다고 이야기해주셨어~ 하니 단호박으로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한다.

 

 

"아냐 할머니가 잘못 말한 거야. 힘든 일 없었어. 그냥 두드러기 난거야."

두드러기 난 건 힘든 거 아냐? 물으니, 그렇단다. 두드러기 난 건 아쉽지만, 덕분에 뽕따는 먹으면 안 되는 걸 알았으니 다행인걸로, 그리고 먹을 수 있는 거랑 생긴 건 비슷해도, 먹어도 되는지 모르는 건 먹지 않기로 다시 이야기했다. 제품 뒤에 성분표도 잘 읽어보기로 했다.

어른들 걱정보다, 아이는 아무렇지도 않았다. 놀이터에서 넘어졌는데 괜찮아~ 같은 어조로 대수롭지 않게 이야기했다.

 

 

 

 

 

두드러기는 두드러기 일 뿐, 힘든 건 아니다.

늘, 엄마는 아이에게 위안을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