람이/식품 알레르기와 아토피

카레 급식.

LEEHK 2017. 1. 17. 23:47

아이는 3월에 유치원에 간다.

 

지금 어린이집이 정말 좋고 계속 다니고 싶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다.

만 0세반에 입학해 만 4세반까지 총 5년을 다녔다.

눈물의 복직 후 고열에 중이염에 폐렴에 매년 입원하고

보습제 발라달라 부탁하며 기저귀도 같이 떼고,

우유, 계란, 견과류 식이제한 때문에 도시락도 매번 묵직하게 보냈다.

원에서 두드러기가 올라왔던 해도 있고 괜찮았던 해도 있다.

샐러드 드레싱도 과일성분으로 따로 해주시고

친구들 우유 먹을 때, 두유 배식해주신다.

 

새로운 기관에 가는 게 두려운 이유는 아이 체질 때문이 제일 크다.

친구들과 다른 것 먹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고

때때로 혼자 못 먹는 경우 별식을 챙겨주시는 지금 원의 분위기와는

전혀 다르리라. 해주시면 감사하지만, 기대해서는 안되리라.

 

갑자기 못 먹는 음식이 나올 수도 있다

너를 위해 챙겨주는 것은 가족 말고는 없다

어쩔 수 없는 건 받아들이렴, 대신 집에서 잘 챙겨주마 자주 얘기한다.

아이는 쿨하게 "응~ 어쩔 수 없지~" 하며 대충 대답한다.

 

 

 

 

 

 

 

기관을 옮긴 뒤, 대체 도시락을 어느선까지 챙겨야 하나 가늠하기 위해

그동안 안 먹이던 식품들을 실험 중이다.

다행히 작년에 계란 알러지 소실되었고,

실험 결과 우유 성분 빵이나 과자는 큰 반응이 없다.

 

생우유는 피부에 닿기만 해도 두드러기가 올라오지만,

음식에 첨가되는 우유는 대부분 탈지분유 가루 등으로

가열 건조 과정을 거치며 단백질 변형이 일어나 괜찮은걸로 추측된다.

또한 원가 때문에 우유 성분을 소량 넣었을테니

아이는 즉각적으로 반응하지 않는 것 같다.

 

공장 과자는 함량이 정확히 나오지 않기에,

허용가능 범위를 정량적으로 파악해보려

성분표시 확실한 생협의 빵을 여러 종류 먹여봤는데 다 괜찮았다.

먹여본 중 최대는 버터 30% 함유된 머핀이었다.

 

 

 

오늘은 카레를 시도했다.

 

눈썰매장에 다녀온 아이에게 저녁으로 오뚜기 카레 순한맛을 먹였다.

아마 급식용 카레는 맵지 않은 저렴이일테니 가장 흔한 걸 해봤다.

그동안 코코넛밀크 넣은 타이커리만 먹어본 아이가

처음으로 접하는 일본식 카레다.

맛있다며 두 그릇 드시고, 즉시성 반응은 없었다.

 

그러나 자기 전에 몸을 많이 긁었고,

허벅지 뒤쪽과 오른쪽 눈꺼풀에 콜린이 하나씩 올라왔다.

유시 먹여 긁어 재우며 마음이 가라앉는 건 어쩔 수 없다.

 

큰놈은 긁어줘야지 둘째는 젖먹여야지.

자기 전 본인 먼저 재워달라 보채는 애 둘을 커버하며

내가 미쳤지 애 둘을 낳았네 한숨쉬다.

 

 

 

 

본디 식품 알레르기는 지연성 반응이기 때문에

바로 두드러기가 올라오지 않았다 하더라도

하루 이틀 안에 반응이 나올 수도 있다.

 

단체생활에서 아이는 친구들과 같은 걸 먹고 싶어하기에

확실히 인스턴트 섭취가 늘었고

워낙 많은 변인이 있어 일일히 통제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즉시성 반응이 아니라면 원인을 확신하기가 쉽지 않다.

의심가는 요소가 서너개 있는데, 그게 다 복합적일 수도 있기에

어쩌면 개별적인 요인은 각개격파 가능할 수도 있다 생각한다.

 

원래 새로운 식품은 컨디션 좋은 아침에 소량 시도해야 하는데

둘째를 같이 돌보다보니 아침에 제정신을 차리기 힘들고,

요즘 이것저것 다 통과해서 확실히 좀 헤이해졌다.

저녁에, 그것도 눈썰매장 다녀온-_-날 저녁에 마음껏 먹여;;

콜린이 카레의 우유성분 때문이 아니라고 확신할 수가 없다.

둘째 탄생 후 큰애는 음식 문제 없는 날도 간혹 콜린이 올라온다.

날씨 온도차 같기도 하고 정신과 몸의 컨디션 문제 같기도 하다

사실 즉시성 반응만 아니면 아무러면 어떠냐 싶은 마음도 크다.

지연성 반응은 집에서 케어하먼 되고, 집에선 안전식품 먹이다가

급식에 가끔 나오는 음식들을 가끔 먹는 것 정도는

반응 누적으로 뒤집히지 않을 정도일테니까.

 

 

 

 

 

 

 

아이에게 음식을 먹이고 싶은 건 아이가 행복하길 바라기 때문이다.

그 음식 먹지 않아도 행복하다 느낄 수 있도록 기르는 것이 목표다.

 

아이는 IgE 수치가 작년보다 올라갔지만,

한글을 쓰기 시작했고, 그림 그리기를 즐기며, 춤추는 걸 좋아한다.

 

'정상' 이라는 단어가 정말로 갖고 싶은 날이 있지만,

본말이 전도되진 말자며 다시금 마음을 다독인다.

채팅남이 한국에 없으니 혼자 글이나 적으며 다독인다. ㅜㅜ

 

 

 

 

 

 

길게 적었는데, 일단 카레가루 사용한 급식 카레는 통과로 간주한다.

어린이집에서의 카레 급식도 문제 없이 잘 지나갔다.

지난 번 초등학교 급식 사고처럼 생우유만 붓지 않아주면 좋겠다. ㅜ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