람이는 만 0세 반 부터 만 4세 반까지 5년을 한 어린이집에 다녔다.
교회에서 위탁 운영하는 국공립 어린이집.
존경하는 원장 선생님과 훌륭하신 선생님들이 계신 곳이다.
작년 11월에 재원희망서를 내지 않는 대신 손편지를 제출했다.
이사를 갈 수 밖에 없는 사정과 그간의 감사의 마음을 담아 쓰다보니
여섯 장이나 나왔다.
다행히 원에서는 이해해주시고 공감해주시고 아쉬워 해주셨다.
2월 23일이 기존 반 수료일인데 28일까지 마음 편히 보내라며
람이를 길게 만나는 것이 모든 선생님들의 바램이라 말씀해주셨다.
그리고 람이의 다음 기관도 같이 결정해주셨다. ㅜㅜ
만 5세 = 7세 반 중도 입학을 하려니 자리가 쉽게 나지 않았다.
작년 말, A 유치원과 B 유치원 중 고민하다 B 유치원을 고르니
1월에 운좋게 700미터 거리 C 유치원에서 연락이 왔다.
2월부터 다니라는 권유를 받았으나, 3월부터 다니겠다 고사한 사이,
2월 중순에 100미터 거리 D 국공립 어린이집에서 연락이 왔다.
둘째가 입학 확정된 곳이라 결국 형제를 같은 원에 보내게 되었다.
작년부터 보육포털에 대기 올리고, 유치원 설명회 다니고
인터넷 카페 샅샅이 뒤져 평 수집하고, 주변에 입소문 물으러 다니고
아이와 함께 기관 답사 다니고, 알러지 안내서 정리해 상담 다니고
정신없고 힘들고 치열한 그 고민의 시간 동안 막막할 때마다
지금 어린이집 담임 선생님과 원장 선생님께서 함께 해 주셨다.
A, B, C, D 기관 네 곳에 대한 의사결정의 순간마다 도움을 받았다.
C 유치원에서 2월에 보내라 했을 때 담임선생님께 상의드리니
학기를 마무리하는 2월 어수선한 분위기에 입학은 이상하다며,
7세 반 담임을 7년간 맡으신 경험담을 이야기해주셨다.
보통 학기 말에는 기존 기관 마무리 짓고 오는 것을 권장하며,
3월에 처음 온 아이들도 곧잘 적응한다며, 특히나 우리 아이는
친화력이 좋고 사회성도 좋아 잘 할거라 걱정 말라 말씀해주셨다.
D 어린이집에서 연락 왔을 때는, 이미 C 유치원 오티도 다녀와
람이의 안에 C 유치원에 대해 좋은 이미지가 정립된 뒤였고,
두 곳 모두 매우 매력적인 곳이라 결정이 너무 어려운데다가
하루 만에 의사를 통보해야 해서 두 선생님께 전화 상담을 드렸다.
국공립 어린이집밖에 경험이 없어 유치원에 생경한 나에게
유치원에 대한 긍정적인 이야기를 들러주신 담임 선생님께서는
무엇보다, 람이의 마음을 살피고, 람이가 결정할 수 있도록
어머니의 마음을 이야기로 잘 살명해주시라 조언해주섰다.
람이의 평소 원 생활을 들려주시며, 아이의 능력과 경험들을
믿고 아이가 원하는 것을 찾는 대화를 하라고 용기를 북돋아 주셨다.
원장선생님은 삼십 분 통화 끝에 유치원도 좋을 것 같다 하셨다가
다음날 아침에 담임 선생님과 대화하셨는지 다시 전화를 주셨다.
"어머니, 둘째가 그 국공립 어린이집 됐다고 왜 말씀 안하셨어요.
형제는 무조건 같이 보내야 돼요. 다른 건 다 신경쓰지 마세요."
라고 결론내려 주셨다. 땅땅땅!
그래서, 2월 28일까지 람이를 지금 어린이집에 보내고,
3월 2일부터 두 아이를 새 동네 새로운 국공립 어린이집에 보낸다.
람이를 지금 어린이집에서 졸업시킬거라,
둘째를 그 어린이집 0세 반에 입학시킬거라 의심한 적 없었는데...
원장선생님께서 둘째 키워준다 낳으라 하셔서 낳은 것도 있는데 ^^;;
ㅜㅜ 내일이 수료일이다.
아이는 멀쩡하지만 나는 마음이 선덕하여 길게 적는다.
어린이집에 대한 흉흉한 기사에 가슴 조이는 현실에서
좋은 기관, 좋은 선생님들을 만나 정말 다행이었고 감사했다.
아쉽고 슬프다. 모든 관련 분들이 행복하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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