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이 되어 둘째가 어린이집 입학했다. 아직 적응기간이라 엄마랑 오전에 한 시간 앉아있다 온다. 나랑 함께니 그냥 잘 지내다가, 11시경 귀가할 때쯤 아기는 졸려 찡찡댄다. 다음 단계는 점심 먹고 귀가하는 것인데, 오전 낮잠은 어떻게 재울 것인가!!
첫째를 키우며 깨달은 게 몇 가지 있다. 육아의 스텝업은 내 의지와 관계없이 아이가 준비되었을 때 이루어지고, 무언가를 크게 걱정해도 결국 다 한 때이고 곧 상황이 바뀌게 된다.
그래서 둘째가 젖물고 잠들고, 밤중수유를 두 시간 간격으로 자주 해도 그러려니 했다. 수면 교육 하고 싶지 않았고, 그냥 내가 잠 덜 자고 버티면 되지 생각했다. 이러다 크면 저절로 단유하게 되니까 그냥 자연스럽게 지내고 싶었다.
그러나 육아휴직에 취해 잊고 있었는데, 나는 복직을 해야 하더라. 밤중수유야 내가 잠 덜 자고 회사 다니면 되니 문제가 아닌데, 만 0세반 어린이집 1:3 교실에서 애가 젖 물고 자겠다고 울부짖으면 누가 업고 안아주나. 어린이집에서 낮잠을 최소한 두 번은 잘텐데, 지금처럼 젖만 찾아서는 도저히 안 되겠더라.
그래서 젖 물고 자는 습관을 고치기로 했다. 노리개 젖꼭지도 샀다. 모유수유 아기라서 노리개 거부할 확률이 높지만, 빨고자 하는 욕구를 기구를 통해 해소할 수 있었으면 한다. 내가 그냥 안고 재우고 살면 되는건데... 나 없이도 아이가 잘 잘 수 있게 준비해야 하더라.
아기는 세 돌까지 엄마가 키우는 게 좋다고 하는 말은, 이 즈음 아기 엄마 가슴에 화살이 되어 박힌다. 결국 이 젖돌이를 맡기고 회사를 가야 한다. 첫째를 어린이집에 놓고 나오던 첫 날, 눈물 흘리며 돌아오던 길이 생각난다. 그래도 첫째는 돌 지나 보냈는데, 둘째는
아직 9개월이다. 내가 무슨 영화를 보겠다고 이놈들을 떼놓고 나가는가. 첫째 아플 때 울면서 운전하던 분당수서로 출근길, 지나고 나면 그냥 기억이 될 뿐이라는 거 알지만, 그래도 지금은 씁쓸하다.
젖돌이 둘째가 입을 벌리고 이리저리 머리를 박으며 울부짖는 거 한참을 안아 다독여 간신히 재웠다. 깰 때마다 울부짖는 거 안아 달래야 하니 당분간 잠은 다 잤다. 이렇게 부자연스럽게 끊는 거 정말 싫은데, 하고 있다. 하고 싶지 않아도, 한다. 무슨 영화를 보려고.
'람이 > 보물과 만나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서울이 9개월 - 서다. 눈가 붓다. 생우유 알러지. (0) | 2017.03.19 |
---|---|
서울이 9개월 - 엄마 잡고 자기. 잡고 서고 움직이기. (0) | 2017.03.15 |
어린이집 수료. (0) | 2017.02.21 |
아버지를 위한 둘째. (0) | 2017.02.21 |
절실함. (0) | 2017.02.16 |